[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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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인천 검단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건설업계에 대한 안전기준이 급격히 상향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이 하도급 기업으로까지 번지는 중이다.

특히 서울시를 시작으로 주요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형건설사 등이 입찰 과정에 안전 점수를 반영하거나 관련 점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소규모 중소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협력사의 안전역량 등급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의 입찰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건설업계의 부실·안전사고 등을 포함,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을 위해 추진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 싱행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항목 중 신인도평가 기준이 건설현장 안전사고 및 ESG 경영 중요성 등을 고려, 상하한을 현행 실적평가액의 ±30%에서 ±50%로 확대한다.

부실벌점, 사망사고만인율 등 평가항목의 변별력이 강화된다. 사망사고 만인율은 근로자 1만명 당 산재 사망자 수를 뜻한다. 시공평가, 안전관리수준평가, 중대재해 등도 신규 평가항목에 도입된다.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는 롯데건설이 앞서 안전역량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협력사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 입찰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 안전역량 등급 반영 비중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입찰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협력사가 입찰한 금액과 안전역량 등급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해 낙찰사를 선정하게 된다.

협력사의 안전역량 등급은 신용평가사에서 진행한 안전평가를 바탕으로 매긴다. 현재는 고난도 공정 중 하나인 건축공사에서 대지를 조성하는 토공사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른 고난도 공정으로 제도를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를 통해 기존 최저가 낙찰제를 보완하고 파트너사의 안전중심 경영을 유도해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산업 분야의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하도급 기업들의 부담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상황에서 정부, 기관, 지자체 등이 하위건설업계에 대해서도 강력한 점검에 나설 것을 천명한 만큼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안전사고 저감을 위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관련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동안 시가 발주한 공사에 입찰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해온 부실 건설업체 조사를 올해부터는 1억원 이상 ‘하도급 건설업체’까지 확대, 점검·단속을 정례화한다.

또한 당초 6개 자치구에서 진행됐던 조사도 올해부턴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한다.

앞서 서울시는 2020년 2월 부실 건설업체 단속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4년여간 954곳의 건설업체를 조사, 부적합업체 총 175곳을 적발해 처분한 바 있다.

적발된 업체는 영업정지 151곳, 과징금·과태료 부과 4곳, 시정명령 3곳, 등록말소 1곳이 처분됐으며 나머지 16곳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부실 건설업체 조사는 시 발주 공사에 입찰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건설업을 이어 나가기 위한 최소 기준인 ‘건설업 등록 기준’에 부합해 운영되고 있는지를 서류와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성보 서울시 재난안전관리실장은 “시민 안전에 위협을 주는 부실 건설업체는 업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고 건실한 건설업체는 더 많은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급격한 안전기준 강화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방식의 안전 점검이 전국 현장을 가리지 않고 산발적으로 반복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이달 국토부 및 산하기관, 고용부 및 산하기관, 소방서 등에서 비슷한 내용의 ‘해빙기 안전점검’이 반복해 이뤄진다. 앞서 작년 11월부터는 총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동절기 대비 현장점검을 수행한 이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반복적인 점검에 인력을 투입해야 하다 보니 그로 인한 인력·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각 현장에서는 안전 강화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건설현장에 가중되고 있는 업무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경우 전담 인력 배치나 비용 운용 등 상대적으로 하도급 기업에 비해 실정이 나은 편이지만, 중소건설사들은 점검 한 번 돌리고 나면 현장이 올스톱된다”며 “이젠 입찰 기준에서도 안전도 평가를 반영한다고 하니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있겠나. 사실상 몇군데 업체만 노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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