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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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수도권 내 수많은 격전지 중에서도 최대어로 꼽히던 노량진뉴타운의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이 결국 포스코이앤씨의 단독 입찰로 가닥 지어졌다.

당초 업계 상위권을 다투는 굵직한 주요 건설사들 다수의 입찰경쟁 참여가 예고됐었지만, 막대한 원가 부담 등으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를 두고 조합과 참여 건설사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약 1조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예정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재정비촉진지구(노량진뉴타운)’ 중 가장 넓은 면적의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 2차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입찰하면서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앞서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 재개발 일대 ‘최대어’로 꼽히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예고된 바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가 건설사들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입찰 과정에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열린 1차 사업설명회 당시만 하더라도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금호건설 등 주요 10대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기대감이 감돌았지만, 작년 11월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 1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으며 결국 유찰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공사비다.

당시 조합 측이 제시한 입찰 기준은 공사비 3.3㎡(평)당 730만원 이하로 책정했으며, 2차 입찰 공고에도 평당 공사비를 730만원에서 인상하지 않았다.

이에 정비업계에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각종 비용 증가로 정비사업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 가량 오른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1년 유예를 조건으로 걸었지만, ‘공사비 물가 인상 반영’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에 향후 원자재 가격의 추가 인상 등 양 측간 갈등 여지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업황의 하락세가 길어지고 있어 입지나 사업성이 좋아도 마음대로 정비사업에 나설 수 있는 건설사들이 많지 않다”며 “그렇기에 공사비 갈등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 정비사업지에서는 공사비 오름 현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153.26(잠정치·2015년 100 기준)으로, 2020년 121.80에 대비 25.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가격변동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의 신경전은 더욱 첨예해지는 중이다. 특히 수년 전 공사비 산정을 완료한 주요 사업지에서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에 2조6363억원(2019년 5월 산출 기준)에 책정했던 공사비를 4조776억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281만원 가량 오른 값이다.

이는 책정 당시인 4년 전 대비 원자재 가격 등의 물가가 급등한 데다 기존 46개동 규모의 공사가 50개동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서초구 신반포22차의 공사비를 평당 1300만원대로 인상해줄 것을 조합 측에 요구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가 500만원에서 800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시공사 측은 원자잿값 상승, 고급(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인상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지 내 공사비 기준은 급격한 상승세를 맞아 평균 8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등으로 건설사들의 운신 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비사업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27차(156가구)는 907만원에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추진에 애를 먹고 있으며,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사업도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건축 조합은 이에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송파구 가락 가락삼익맨숀과 송파구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 사업,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성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유찰됐다.

이와 관련,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내 강남, 용산 등 주요 인기 지역에서 사업 수주 열기가 식은 이유는 단순히 침체된 경기 여건만 반영된 것은 아니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여파가 수년째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탓이 더 크다”며 “건설사들이 기존보다 더 수익성, 사업성을 따지려는 경향이 커지며 선별수주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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