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탈원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침체됐던 원전산업이 살아나며 현실성 있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효율성 극대화) 정책 실현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한국전력공사 1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18만479GWh(기가와트시)로 전년(17만6054GWh)보다 2.51% 증가했다. 원전 발전량이 18만GWh를 상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발전량인 58만8232GWh에서 원전이 차지한 비중은 30.68%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30.66%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원전 가동률을 높이며 발전량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친원전 정책은 현 정권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 규모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 및 전기차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래 전력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는 안정적인 전원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력 업계에서도 이번 전기본에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규 원전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효율적인 전원 믹스를 구성하는 합리적인 전력공급능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이 좀더 경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건설 포함 유력

아울러 정부는 원전 확대를 통한 CFE(무탄소에너지) 정책에 적극 나서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회복해 발전량은 회복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 등은 여전히 진척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탈원전 후유증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원전 중소·중견기업에 정부 예산으로 올해 1분기 기준 2.25%의 저리로 대출을 받게 도와주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진행하는 지원으로 최근 원전 생태계 활력 회복에 따라 설비 투자와 인력 채용 등 투자를 확대하려는 원전 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전 중시 추세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위기가 현실화되자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정책 기조에서 원전 가동‧건설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독일의 경우는 값싼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를 믿고 24년 전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 총리 재임 당시부터 구상해 온 탈원전 정책을 가속화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러‧우 전쟁 이후 독일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제조업 공장에 값싼 러시아산 가스가 끊기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산업계 전반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게 이르렀다.

독일 산업상공회의소(DIHK)가 지난해 6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독일 3572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52%가 원전 퇴출, 석탄화력발전 단계적 폐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자사의 경쟁력에 부정적 혹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독일·스웨덴도 원전 정책 재검토 나서

더욱이 독일보다 앞서 1980년부터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기를 추진해 온 스웨덴도 지난해 향후 20년간 최소 10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미나 푸르목타리(Romina Pourmokhtari) 스웨덴 기후 및 환경부 장관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20년간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며 “2030~40년대에 기존 원자로 10기에 해당하는 새로운 원자력이 가동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스웨덴은 지난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폐기 방침을 결정하며 신규 원자로가 10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해 온 기존 원자력 발전 규제 법안을 수정·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스웨덴의 원전 정책이 달라진 이유도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환 등으로 전력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데 재생에너지로는 이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도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국민인식도 달라졌다.

이러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국민인식 변화는 8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지난 2022년 10월 출범한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총리의 우파 연립정부가 전 정부의 원전 기조를 뒤집는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국가들은 원전 증설을 검토하거나 건설 계획 중”이라며 “한수원이 진출하고자 하는 폴란드처럼 지금까지 원전이 없던 국가에서도 원전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관계자는 “특히 유럽 국가 사이에서 러‧우 전쟁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고민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이란 세계적 흐름을 고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석유나 석탄이 아닌 원자력발전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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