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조감도. [사진=국가철도공단]
오송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조감도. [사진=국가철도공단]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코레일의 철도관제권 독점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5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철도신호제어시스템 기업 대아티아이가 이끄는 컨소시엄과 약 2500억원 규모의 제2철도교통관제센터(이하 제2센터) 관제시스템 구축 사업을 올해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제2센터는 올해 설계를 마치고 건설에 들어가 2027년 1월 준공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기존 열차 운행 관제시스템보다 더 고도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철도 안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센터에 적용될 관제시스템은 열차운행관제시스템과 관제지원시스템 2가지로 구성된다. 열차운행관제시스템은 열차 운행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관제 관련 시스템으로 열차집중제어장치(CTC)와 열차운행관리시스템(TMS)이 이에 해당한다.

CTC는 열차가 안전하게 정시 운행할 수 있도록 원격으로 현장 신호설비를 감시·제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관제실에서는 현장정보를 대형표시반(DLP)을 활용해 관제사별 업무 구분 없이 모두 동일한 화면을 봐야 해 운행 중인 열차 위치 정보만 한정돼 표시되고 있다.

반면 새 시스템은 관제사가 개별 콘솔을 이용해 각자 업무와 관할 구역에 맞는 화면으로 정보를 파악하며 운행 중인 열차 위치와 열차 제원, 승객 및 승무원 정보, 열차 속도까지 볼 수 있다.

◇시스템 구축으로 안전사고 감소 기대

무엇보다도 제2센터가 준공돼 새로운 시스템이 작동되면 인적오류로 인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던 입환이나 차단작업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입환은 차량을 진입시키는 과정에서 취급자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사고가 잦았다. 이를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면서 취급자 개인에 능력이나 순간적 실수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차단작업의 경우는 기존 작업자가 서류를 작성해 승인요청을 했던 것을 앱으로 요청하도록 간편화해 유사시 신속하게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열차운행관제시스템과 함께 개선되는 관제지원시스템은 △빅데이터·AI △정보지원 △안전지원 △통합관리 △오픈플랫폼시스템으로 구성돼 보다 정확하고 안전한 관제가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AI시스템은 내·외부 데이터를 수집‧연계해 시각화된 자료를 제공하게 돼 AI모델 결과를 이용한 전략적 판단을 돕게 된다. 유사 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 AI모델이 제시한 결과 값이 관제실의 판단에 적절한 조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도 제2센터 건설로 보다 안정화되고 시스템화된 열차운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기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게 위탁하던 관제권을 국토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하려는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국토부가 지난 2022년 발주한 용역보고서인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관제시스템 구축 기본계획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국토부는 동일노선 복수사업자의 운영환경을 검토하고 국제철도 사회진출 등 복수사업자 확대에 대비한 관제 독립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며 철도관제업무를 담당해오던 코레일이 아닌 국가철도공단이 제2철도교통관제센터의 수탁기관으로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유럽 철도와 같이 같은 노선을 이용해도 다른 업체가 운영하는 철도가 공존하듯이 현재 코레일만 맡고 있는 관제를 다수의 운영사가 실행하면 공평하고 투명하게 관제가 운영돼 안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관제권 이관이 철도 민영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관제권 이관은 철도운영 경쟁 시대의 시작을 전제로 추진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철도 민영화를 위한 포석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철도공단 대전 본사 사옥 전경. [사진=국가철도공단]
국가철도공단 대전 본사 사옥 전경. [사진=국가철도공단]

◇환경 변화에 맞는 구조 전환도 검토해야

철도노조의 반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조응천 의원이 지난 2022년 12월 발의한 코레일 외에 다른 기관 등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철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현행 철산법 제38조의 ‘시설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라는 문장 하나를 삭제해 18년 지속됐던 철도 시설유지보수 및 관제 업무의 코레일 독점 구조를 깰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레일의 위상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철도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철도 전문가들은 코레일이 처음 운영‧유지보수‧관제를 시작한 시절과 철도 산업 환경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당시는 철도 운영자가 코레일밖에 없어 유지보수와 관제 등 업무도 자연스레 코레일만 맡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코레일의 독점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경쟁이 없는 비효율적 시스템이 고착화돼 필요 이상의 인력과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기관 관계자는 “현재는 에스알과 공항철도의 AREX, 신분당선을 운영하는 네오트랜스 등 여러 운영사가 존재한다”며 “특히 올해부터 GTX 개통이 시작하면 민간 운영사나 지방공기업 등 철도운영사가 더 늘어날 텐데 굳이 유지‧보수업무를 코레일에만 위탁해야 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철도의 공적인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도 공감하지만 민영화는 나쁘다는 인식에 기댄 철도노조의 무조건적인 반대로 충분히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효율과 안전을 높일 수 있는 분야마저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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