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사고현장.[사진=울산소방본부]
HD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사고현장.[사진=울산소방본부]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되는 조선업계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매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대형 조선사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대형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모두 4명으로 집계되는 등 잇달아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해 지난 2년간 무재해를 위해 공을 들여온 사측 노력이 물거품 됐다.

이날 60대 근로자 A씨와 50대 근로자 B씨는 원유생산설비 블록(철제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작업 중 철제 구조물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작업 전에 사전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면서 이번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는 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20대 협력업체 직원이 숨졌고 같은달 25일 E안벽 이물질 제거 작업을 위해 투입된 잠수부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달 18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근로자 C씨가 작업 중 계단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지난해 조선업 등 제조업, 산업재해 사망자수 1위 불명예

이처럼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은 고위험 업종을 불린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9월 말 전체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조업’ 재해자수는 2만4685명으로 ‘기타의 사업’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고 사망자수도 362명을 기록해 건설업을 넘어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조선사들은 2022년 시행에 들어간 50인 이상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각별한 주의와 더불어 관련 투자도 매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고위험작업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 작업자 중심 현장 위험성평가 활성화 등 전사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추진하는 등 안전관리 부문에 2022년 약 2074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3085억원, 올해는 투자액을 더 늘릴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매 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사업장 내 안전 예방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안전보건관리비로 2022년 2600억원, 지난해 3700억원을 집행했다.

한화오션도 2022년(대우조선해양 시절) 2629억원이었던 안전보건 관련 투자를 지난해 3212억원, 올해는 약 35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안전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방침이 있었고 전 임원과 부서장이 생산 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찾아 개선하는 현장 안전예방 활동과 직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안전 관련 행사를 통해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선업계는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먼저 HD현대는 중대재해 피해 유가족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선박 건조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취지다. 명칭은 ‘HD현대희망재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HD현대희망재단(가칭)은 중대재해 피해 유가족 대학생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유가족 중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생활 안전 지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오션 역시 올해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20만 근로시간 당 휴업 재해 발생건수인 근로손실 재해율을 현재 대비 32%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체험관 및 VR 교육을 통해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업에 만연해 있는 다단계 하청 구조의 외주화가 중대재해 예방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는 원청인 조선소에서 1차로 사내하청 혹은 사외협력업체를 통해 하청 계약을 맺는다. 계약업체를 못 구하거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경우 물량팀을 통해 인력을 조달받아 하청을 맺는다. 이렇개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며 다단계 구조로 변질됐다.

◇ 유가족 재단 설립 등 대책 마련···다단계 하청 구조 지목

특히 대형 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비용절감, 책임회피, 정규직 노조의 무력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전체 20% 수준이던 사내하청은 2015년엔 하청 노동자가 원청의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조선업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 노동자의 대부분이 하청 노동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사망사건 모두 협력사 근로자이거나 외주업체 직원에게서 발생했다.

얼마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최근 한화오션 내 임시 협력사가 증가하고 있어 작업 허가 및 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또 다른 유형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고용노동부는 동일 작업 운운하지 전에 한화오션에 대해 전면 작업 중지하고 전 사업자 안전보건시스템을 포함한 특별 근로 감독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조선업계 고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위험의 외주가 원인”이라며 “조선업 인명 사고는 안전 관리를 책임져야 할 원청이 책임을 하청에 떠넘겨 집중된다”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 맞춤형 안전활동이 필요하다며 “그간의 보여주기식 대책보다 조선소 구성원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안전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톱다운 방식의 안전지침 방식 강조와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는 확인 문서로 끝내는 안전관리 절차도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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