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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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내 주택시장의 부침, 막대한 인건비 부담 등으로 건설사들의 원가율 압박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실적 확대에 성공한 주요 대기업 건설사들마저 국내 주택부문의 약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원가율 개선을 위한 건설업계의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매출원가율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중 매출원가 확인이 어려운 삼성물산·호반건설을 제외한 8개사의 지난해 1~9월 매출액 합계는 51조5806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매출원가가 57조4917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매출원가율이 92.07%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지난해 동기 89.75% 대비 2.32%p가량 악화된 것으로, 지난 2013년 95.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위권 건설사들의 매출원가율은 2014년 이후 87~91% 수준을 기록했으나 올해 92%를 넘어섰다.

이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 관련 비용이 일제히 상승한 상황에서 고금리 여건 지속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현실화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원가율 부담으로 인해 분양가도 덩달아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요가 뒤따라주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매출원가율은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매출원가율이 높으면 영업이익도 낮아진다.

10대 건설사 중 작년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GS건설로, 상반기 매출 7조77억원 중 매출원가가 6조9119억원으로 매출원가율 98.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월 발생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의 여파에 따른 것으로,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봉괴사고에 대한 재시공 관련 비용 5524억원을 결산 손실로 일시 반영함에 따라 매출원가가 급등했다.

기업별 원가율 변동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고선호 기자]
기업별 원가율 변동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고선호 기자]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89.5% 수준의 주택원가율을 기록하며 타 건설사 대비 안정적인 수치를 이어 왔지만, 같은 해 4분기 주택원가율이 92%로 추정되면서 9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 매출 5조7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했지만 매출원가 역시 41.1% 늘며 매출원가율 94.9%를 기록했다. 현대건설도 94.8%(별도 기준)의 높은 매출원가율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원가 비율을 기록 중인 DL이앤씨도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예상치가 9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측 전망은 89% 수준으로 일정 수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주택원가율은 지난해 대비 1.3%p 개선된 90.4%로 추정하고 있다.

B건설사 홍보팀 임원은 “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금리 여건도 좋지 못하다.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막대하게 쌓여가면서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이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건축비가 올랐다고 건설사들만 노난 것 아니냐는 식으로 호도하지만 진짜 돈을 벌려면 주택사업에서 이윤이 나야 한다. 하지만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클수록 영업이익률 감소폭이 큰 것처럼 시장에서 얻은 수익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원가율 악화로 인한 피해가 본격화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들의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되고 있다.

우선 미분양 문제 등 가장 큰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지방 현장을 줄여나가는 한편, 주요 사업부문의 해외 진출을 통한 개선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해외사업 강화를 통해 에너지, 스마트시티, 홈플랫폼 등 신사업 성과 창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고수익 사업체계 전환과 수주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해외사업 부문에서 막대한 성장세를 기록한 현대건설 역시 주요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신규수주 목표 갱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에만 총 12조8680억원 규모의 사업을 확보, 수주액 10조원을 달성했다.

대우건설은 정원 회장의 주도로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 카보디아 등 10여 개국의 현지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기존 해외사업단의 조직 확대를 통해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에 나선 한편, 이를 통해 적극적인 신규국가 진출을 통한 양질의 수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원자재·인건비 등 원가율을 좌우하는 공사비 규모가 좀처럼 감소하기 어려운 시장 여건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의 하락세가 올해 상반기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153.37)는 1년 동안 3% 상승했다. 이는 3년 전인 2020년(120.2)과 비교하면 27% 오른 수치다.

여기에 주요 건설자재인 레미콘 가격 인상에 대한 협상이 지난해 말부터 여전히 진행 중이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철근 가격 인상이 논의되고 있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업계의 부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자재 가격 등 공사비 상승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주택사업 원가율이 90%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이익 실현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2~3년 전만 해도 80%대를 유지하던 원가율은 이제는 90%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로 인해 매출이 올라도 사실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주택부문 원가율 관리가 건설사들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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