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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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 경영권 매각이 협상 결렬로 최종 무산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된 가운데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가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이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만 남기게 됐다.

8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6일 자정 직후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매도자 측은 지난해 12월 18일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지난달 23일 협상 종료를 앞두고 2주 연장하는 등 매각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달 반이 넘도록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고 있던 하림그룹 측은 자격을 잃게 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HMM은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까지는 기존과 동일한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이번 매각 무산을 두고서 안팎으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채권단 측에서는 주식전환 시점 유예 등 하림의 여러 요구사항을 감안했을 때 자금력에 의문을 갖게 됐다는 입장이다.

하림 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영구채 전환 유예를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JKL파트너스 지분 매각 기한 단축 등을 요청하면서 의문을 갖게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더욱이 본입찰에서 경합한 동원그룹이 하림 측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공정성 논란도 매도자 측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HMM 노조 측도 하림 인수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등 HMM 안팎으로 이번 매각에 비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본입찰 과정서 빚어진 공정성 논란에 발목

반면 하림 측은 영구채 전환으로 인해 대량의 지분율 변동과 더불어 지속적인 경영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협상 막판 하림 측은 기존에 요구한 주주간 계약 내용 대부분을 철회하면서 한발짝 물러서는 등 협상 타결에 노력을 기울기인 바 있다. 하지만 하림 측은 협상 결렬 이후 입장문을 통해 “매도자 측이 인수 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영 간섭을 할 우려가 있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하림과 해진공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이번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진공은 협상과정에서 JKL파트너스를 컨소시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하림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산은은 매각에 방점을 둔 반면 해진공은 향후에도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도 하림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양측의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영구채 전환 문제를 꼽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HMM의 영구채 2조6800억원 중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한 뒤 잔여 영구채 1조6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영구채는 오는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어 HMM의 발행주식 총수는 7억주에서 10억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영구채 전환이 완료되면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은 32.8%를 확보하게 되는 반면 인수자 지분은 38.9%로 축소돼 자칫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여전히 동일한 문제로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재매각에 돌입하더라도 영구채까지 모두 해소할 수 있는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기 전까지는 사실상 해법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 영구채 발 지분 희석 우려···상호 책임론만 가중

한편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서 HMM 재매각에 나서기까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재매각에 돌입하려 해도 매각 주간사를 비롯해 여러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는 만큼 상당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또 최근 들어 국제 해운선사들이 생존을 위해 동맹 관계 재편에 나서면서 HMM이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업황 자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제값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HMM에 포함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 세계 5위 선사인 독일의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하면서 아시아선사만 남게 된 점은 위협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HMM이 우군 찾기에 나서야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매각 무산으로 HMM이 주인 없이 ‘정부가 지원하는 조직’으로 계속해서 비춰질 것”이라며 “하파그로이드는 물론 남아 있는 동맹들도 회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산은이 자신 있게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시장 여건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무산돼 기업경쟁력만 떨어뜨리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M이 한국 해운업을 재건하기 위해 상당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매각이 당연한 절차지만 정작 호황기에는 매각을 하지 않다가 산은 BIS 비율 확충 문제를 들어 매각을 밀어붙였다가 망신만 당한 꼴이 됐다”면서 “어렵게 살려낸 해운사인 만큼 국내 해운산업을 포함해 면밀한 검토와 사전 조율이 필요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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