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중고차 매매단지가 유독 많이 위치한 경기도 부천시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K매매단지에서 건물주가 입주 업체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사건’이라고 강하게 적시하고 싶지만, 현재 관련 판결이나 입주 업체들의 공동 법적 대응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라는 말로 표현을 갈음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했다.

기자가 본지 산업부에서 건설·부동산 부문을 맡아오며 마주한 사건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 않을까 싶다.

계약의 사전적 정의는 복수당사자의 반대 방향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해 성립하는 법률행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계약’이라 함은 쌍방에 대한 약속 이행의 의지이자, 그 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구속력을 동반한 제약의 일환이다.

그렇기에 통상 계약은 사회적 이념과 보통의 상식에 입각한 수준의 약속이 오가기 마련이다. 돈을 빌려주면 갚아야 한다는 것. 서로가 약속한 기한 내 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대신해서 보상한다는 것 등 다양한 약속들이 보통 계약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이번 K매매단지에서 일어난 보증금 미지급 건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계약주체이자 건물주인 IBK자산운용은 매매단지에 입점한 수십개의 점포를 상대로 수십, 수백 억원의 보증금을 받아 놓고도 계약기간 종료 이후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입주 업체 대표들에게는 "미안하다", "현재 (자금)운용 능력이 없다"는 말로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대신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를 입은 입주 업체들은 이를 호소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적법한 절차에 입각해 보증금을 냈고 시설과 설비를 이용했으며, 정해진 기간에 맞춰 사용을 마쳤음 에도 돈을 돌려주지 않는 곳으로부터 '떼'를 써야한다. 아니 몽니를 부려야 한다.

보증금을 받지 못해 나가지도 못하고, 영업을 하지도 못한다. 직원들 중 절반 이상은 이미 다 른 매매단지로 터전을 옮겼다.

그나마 버티기 위해서는 매매단지에 남아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매물 대금과 사업유지를 위 한 비용을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돈을 주지 않는 IBK자산운용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아이러니’인 것이다.

법을 어기고, 약속을 어기고, 양심을 어긴 곳은 발 뻗고 편히 잔다. 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한 수많은 입주 업체의 대표들은 매일매일 끝없이 쌓여가는 빛에 잠을 설치고 있다.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왜 건물주는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아무도 제재를 받지 않는지, 우리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주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말 그대로다. 기업이라는 거대한 몸집으로 작디 작은 소상공인들의 터전을 즈려밟고 있다.

돈을 돌려줘야 할 건물주는 ‘돈이 없다’로 외면하고, 계약 당사자인 신탁사는 ‘책임 없다’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린다.

비양심이 상식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처럼 여겨지는 작금의 사태에 지자체와 금융당국, 정부는 눈을 돌려선 안 된다.

작은 것에 눈 돌리지 않고 그들의 읍소를 해소해 줄 공공의 책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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