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국내 이차전지 산업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삼성SDI가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으며 향후 두 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 30일 2023년 연간 매출 22조7083억원, 영업이익은 1조633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 줄었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조5648억원, 영업이익은 311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6.7%, 36.5% 감소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를 절감하게 했다.

반면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31.8%, 78.2% 증가한 실적이다. 북미 전기차 수요 대응, 원가 개선 노력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LG엔솔이 일찌감치 북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엠(GM) 합작법인(JV) 1공장의 안정적 양산 전개와 애리조나 원통형·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 건설 등 북미 생산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며 “현대차그룹과의 약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 및 토요타 자동차와 20GWh 규모의 공급계약 체결 등 고객 포트폴리오도 더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이차전지 업계는 낮아지는 전기차 판매량과 리튬 가격 하락으로 수익률 감소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두 기업의 영업이익 성적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최근 삼성SDI가 내세운 기존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기술력과 수익을 함께 잡겠다는 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지난달 말 전고체전지 시제품을 지난해 4분기 이미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종선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고객사에서 샘플로 성능과 수명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받으면 더 빨리 배터리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양적 성장 통할 지 관건

여전히 삼성SDI는 높은 기술력으로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기업의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다. 다만 그간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삼성SDI·SK온) 가운데 설비 투자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고, 고부가 가치 상품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설비 투자에 소홀한 탓에 경쟁사에 비해 미국 투자와 LFP 시장 진출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업계 불황기에 낮아지는 영업이익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SDI도 국내외 설비 투자를 늘리며 양적 성장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의 중저가형 배터리 탑재가 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구축되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울산공장의 규모를 현재 66만㎡에서 123만㎡로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협력사 에스티엠과 함께 양극재 소재 공장을 만들며 자체 소재 수급을 늘릴 전망이다. 또 이곳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까지 검토하며 중저가형 전기차 시장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중국이 LFP 배터리를 독점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공장 설비 준비 단계로 나아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중국 CATL 점유율은 지난해 36.8%를 기록했다. 반면 LG엔솔·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1%로 전년동기 대비 1.6%p(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를 꼽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관계자는 “전기차 가격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저가형 차량 위주로 LFP 배터리 채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하이니켈(High-Ni)만으로는 중국과의 장기전에서 승산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뿐만 아니라 삼성SDI는 올해 해외 사업장 투자도 늘릴 예정이다. 미국 공장을 조기 가동하는데 이어 헝가리 공장의 생산 능력도 높이기로 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를 통해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스타플러스에너지는 당초 2025년 1분기 가동에서 2024년 내 가동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획대로라면 삼성SDI는 첫 미국 공장 가동으로 IRA 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게 돼 수익성 개선 효과도 얻게 될 예정이다. 또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헝가리 공장을 증설하며 신규 수주를 노리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회사의 보수적인 증설 전략의 원인이었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내에서 시설투자(CAPEX) 집행’ 원칙이 깨질 것”이라며 “현대차‧BMW 등 신규 수주도 기대돼 증설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LG엔솔 압승

삼성SDI와 달리 올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엔솔은 앞으로 기술리더십을 가져가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제품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또 지속적인 양적 확장을 위해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고전압 미드니켈(Mid-Ni) NCM(니켈·코발트·망간), LFP 배터리 기술 개발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LG엔솔은 생산시설 투자를 지난해와 유사한 약 10조9000억원 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를 유지해 국내 1위 업체 자리를 공고히 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및 수익률을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LG엔솔은 미국 배터리 개발 기업 지분 투자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인 리튬메탈전지 분야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지난달 리튬메탈전지 핵심 기술인 음극 보호층 관련 특허 등을 보유한 미국 벤처기업 사이온 파워(Sion Power)에 지분을 투자해 기술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SDI와 비교해 질적 성장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 온 LG엔솔로서는 이번 투자가 기술 우위를 확보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LG엔솔 관계자는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지속적인 신기술·신사업 투자로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해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중대형 전지는 메탈 가격에 연동되는 판가 하락 과정에서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이 발생하면서 수익이 하락했고, 소형 전지도 전동 공구향 및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했다”며 “LG엔솔은 AMPC 혜택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적극적인 양적 투자와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향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도 “여전히 전고체는 2027년, LFP 배터리 양산 목표 시기는 2026년”이라며 “핵심 소재 양산 성능을 개선하고 대용량화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