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HD현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HD현대]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연초부처 CES 2024 및 다보스포럼 등을 통해 경영 전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새해벽두부터 탈탄소 비전을 내세우며 친환경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친환경 선박 기술을 두고 HD현대가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 부회장이 해운사 진출을 통한 실증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재계 및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연초부터 국내 주요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및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오세아니아, 중남미 소재 등의 선사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11척의 건조계약을 따냈고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VLAC 2척씩을 수주하며 친환 선박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조선 빅3, 연초부처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 가열 

특히 이같은 친환경 수주 경쟁의 밑바탕에는 한화그룹과 HD현대의 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통한 탈탄소 비전이 자리잡고 있다.

먼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인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 행사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제안하는 등 탈탄소에 부합하는 기술력을 뽐냈다.

김 부회장은 이날 “한화가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은 글로벌 탈탄소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는 이번 행사와 다보스포럼 기고문을 통해 자체 해운사를 설립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시연하겠다고 밝히면서 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실제 한화오션은 지난해 5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선박 및 부선의 임대사업’을 ‘선박 및 부선의 임대 및 용선 사업’으로 수정하고 해운업·해상화물 운송사업·선박대여업 등을 추가해 해운업 진출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도 당시 “한화의 70여년 역사는 수많은 인수·합병으로 다져진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면서 “점차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변모해 나갈 한화오션의 위대한 여정을 함께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해운업 진출은 친환경 기술을 탑재한 선박들을 직접 시연해 선사 및 선주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향후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의지”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그간 인수·합병(M&A) 부침으로 인해 경쟁사에 비해 친환경 선박 시장 진출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김 부회장의 해운업 실증은 친환경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재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김 부회장이 그룹의 사업 구조를 에너지와 방산 두개 축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김 부회장의 한화오션 인수 결정 배경으로 에너지와 방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경영적 판단이 깔려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통해 단순히 선박뿐만 아니라 폭넓은 해양 분야에서 친환경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그룹이 보유한 해상풍력, 수소·암모니아 사업 역량을 접목해 해양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김 부회장의 의지를 반영하듯 한화오션은 출범 이후 해군의 호위함과 잠수함 수주에 성공하며 방산 분야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고 올해 최대 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에도 열중하고 있다.

또 계열사와 한화오션의 시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사업 역시 구체화하고 있다.

그룹은 풍력 발전사업자(디벨로퍼)로서 풍력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에 발맞춰 사업 성장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기반 시설 제작에 조선업계의 기술력이 활용되는 등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실제 신한이우 해상풍력(390MW) 규모)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 한화오션 중심 친환경 역량 강화···방산·에너지 한 손에

이뿐만 아니라 해수 담수화, 수전해를 통한 수소·암모니아 생산, 수소·암모니아 운반선 건조 등에도 한화오션의 해양 분야 기술력을 접목할 수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물론 해양플랜트 설계·생산 기술과 계열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수전해 기술, 수소저장 기술 등을 접목해 수소·암모니아 생산-저장-이송 관련 해양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해양신기술 가치사슬’ 구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친환경 선박 건조 시장을 이끌고 있는 HD현대의 정기선 부회장 역시 탈탄소 비전을 바탕으로 미래성장을 위한 친환경 사업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공급 및 운송 산업 협의체, 에너지 산업 협의체에 각각 참석해 탈탄소 추진 및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탈탄소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해상에서 육상까지 전 지구를 아우르는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면서 “미래를 위한 탈탄소 글로벌 에너지 가치사슬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미 수소가 들어가는 프로토타입이 있지만 상업적 수요는 몰라 아직 양산을 못하지만 결국 수소도 만들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주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같은해 3월에 수주한 중형가스선(MGC)을 암모니아 추진 사양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건조하게 됐다.

또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한 VLAC 총 15척 모두 한국 조선업계가 100% 수주를 기록한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은 11척을 수주해 암모니아 운반선 점유율 73.33%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 친환경 선박인 메탄올 추진선에서도 압도적인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6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1만62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진행하는 등 세계적 해운그룹 AP몰러·머스크(머스크) 사와 함께 친환경 선박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머스크사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 21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인도받은 이후 18척에 달하는 초대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바 있다.

이를 포함해 HD한국조선해양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43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선을 수주했다.

정 부회장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차기 미래 먹거리로 수소를 점찍었다.

HD현대는 2021년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공개했다. 수소 로드맵에는 △HD한국조선해양이 수전해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운반선 건조와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사업 계획 △HD현대오일뱅크가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 충전소 180여 곳을 구축하는 사업 계획을 담았다.

◇ HD현대, 메탄올 추진선 등 시장 압도···미래 먹거리 ‘수소’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월 해수 수전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돌입하면서 수소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2만㎥급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기술 개설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액화수소운반은 전 세계에서 10척 이내로 건조가 진행되고 있고 선박 상용화 역시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면서도 “액화수소운반선은 완전한 블루오션 시장이라는 점에서 HD한국조선해양도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등에서는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 개발을 선점하는 기업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까지 선박들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무탄소 추진 시스템이 적용된 선박이 본격 인도되기 시작해 2050년이 되면 무탄소 선박이 전체 선박의 약 8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LNG추진선박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차세대 연료로 수소 및 암모니아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현재 수주되는 선박의 내연기관은 암모니아, 메탄올 같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해도 안정적인 연소를 위해 약 5~15% 비율의 파일러 오일이 필요하다. 이에 일부 탄소 배출이 된다. 반면 암모니아는 연소해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중립 구현에 적합한 연료로 꼽힌다. 다만 독성과 부식성 문제가 있어 조선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100% 암모니아만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을 자체 개발 중이다. 여기에 선박 보조 발전 장치로 수소연료전지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장착해 무탄소 전동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도 오는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 국내 처음으로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또 오는 2021년에는 업체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 공급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총 21척의 암모니아 운반선이 발주가 된 것을 감안하면 암모니아 운반선은 오는 2035년까지 최대 200여척의 발주가 기대된다”면서 “운송 뿐만 아니라 추진선이 상용화될 경우 조선업계의 새로운 전략 선종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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