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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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제1기 신도시 노후화는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신도시 재정비가 완료되면 현 정부가 발표한대로 용적률이 500%까지 높아질텐데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시설 부족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부족하다.”

정진혁 대한교통학회 회장은 31일 교통학회가 주관한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1기 신도시 교통정책토론회’ 개회사에서 현재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1기 신도시 정비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금기정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청사진은 발표되지만 가장 중요한 교통 문제는 논의와 토론이 터무니없이 적다”며 “문제 중심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교통정책 과제를 위한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오늘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12일까지 입법예고한다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에 환호할지 모른다. 하지만 교통전문가들에게는 이 특별법은 지옥일 듯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은 신도시 교통망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쉽게 노후아파트를 재건축 해주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도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해당 주민들에게 거주하는 주택을 새롭게 재건축해 재산을 증식시켜 주겠다는 점만 강조하다보니 교통 문제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교통없는 도시계획은 앙꼬없는 찐빵

하희동 제온기술 대표는 ‘대중교통 분야-수요변화에 대응은 가능한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현재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이 신도시 인구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대통교통으로 늘어나는 1기 신도시 인구가 감당될까. 특히 승용차와 비교해 어떠한 점에서 우위에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처음 1기 신도시는 서울 방향 대중교통만 있었다면 2‧3기 신도시가 건설되며 1기 신도시를 거쳐 서울로 가는 통행량이 합쳐서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1기 신도시에서 서울까지 평균 81분 걸린다. 광역버스‧철도도 모두 서울로 들어오고 나가는 형태를 띤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 발표보다 낮은 재정비 후 용적률 350%로 가정만 해도 혼잡률 추정이 중동, 평촌, 산본은 300%를 넘는 등 굉장히 증가하게 된다. 버스나 철도용량을 증가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들 버스가 서울로 들어와 서울 중구 명동 등에 몰리게 되면 서울시 교통도 대란으로 연결된다. 지하철과 철도 모두 지금 선로로는 감당이 안된다. GTX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고 주장했다.

다음 발제에 나선 강희범 교통영향평가협회 부회장은 1기 신도시 주차 문제도 정부와 지자체가 단순한 접근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은 “분당신도시는 성남시 전체 주차 면수 50만3328면 가운데 19만5049면을 차지해 38.7%에 달한다. 현재 성남시에서 노후화된 철골 공영주차장을 리모델링 해 주차시설 개선과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미 주거지역은 박차공간이 부족해 이중주차가 발생하고 주민 간 주차갈등 심화로 아파트 단지 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1990년대 주차대수가 세대당 0.89대였는데 현재는 주차장법상 세대당 1.41대가 적용된다. 신도시 건설 당시와 현재의 법령 자체가 차이가 나서 주거지 내 주차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완료되는 30년 후 주차를 예상한다면 세대당 1.84대는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도 지자체도 이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공영주차장 리모델링을 거론한다. 획기적인 대책 마련없이 신도시 재정비에만 나서면 현재와 같은 주차 대란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희범 교통영향평가협회 부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덕형 기자]
강희범 교통영향평가협회 부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덕형 기자]

◇자가용과 대중교통이 모두 편한 교통정책은 없어

이경아 내일 도로교통안전연구소 박사도 신도시 주차 문제와 관련해 “현재 1기 신도시 주민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가 주차 문제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하며 강화된 법정주차 산정대수를 적용해야만 한다.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 제정 당시인 1991년과 2024년을 비교해 경기도 인구는 629만명에서 1363명으로 증가했는데 그러한 고려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교통정책 없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문제와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논의됐다.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는 “주민들은 대부분 내 아파트가 얼마나 오를지 언제 재건축이 완료될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듯 하다”며 “지금의 교통 상황에서 철도를 더 부설하거나 도로망을 확충하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지금부터 정부가 명확한 원칙으로 신도시 재정비에 나서지 않으면 교통지옥은 필연적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동차 이용자도 편하고 대중교통도 편한 교통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현실적으로 대중교통을 더 확대하게 된다면 자가용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은 어쩔 수 없게 된다”며 “ 주거지 주차 문제는 지하를 더 파서 주차 면수를 확대하면 되겠지만 교통망이 확대되지 않으면 교통대란과 혼잡은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호정 국토인프라공간정보연구본부장은 새로운 시각으로 교통문제의 핵심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사실 혼잡 시간이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 시간대별 변화를 고려한 교통망 확대가 검토되거나 조사되지 않았다”며 “실제 1기 신도시 현장을 가보면 출퇴근 시간을 지나면 서울과 신도시를 잇는 광역 도로망은 한가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에선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의 긍정적 측면과 체계적인 재정비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약속했다.

최병길 국토교통부 도시정비기획단장은 “이번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은 주민들에게 쉽게 재건축을 해주겠다는 측면도 있지만 처음 신도시 건설 당시 4년 만에 대규모 인구가 좁은 공간에 모였기 때문에 그 많은 인구가 사는 지역이 일시에 다시 재건축에 나설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고자 하는 고려가 있었다”며 “정부는 현재 해당 지자체가 신도시별로 추진 중인 재정비를 적정 평균 밀도를 고려해 교통체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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