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건설기술연구원,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건설기술연구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지난해 4분기 각종 악재 속에서도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필두로 대형건설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견급 이하 건설사들은 실적 부진에 따른 초라한 성적표에 더해 유동성 악화 사태가 본격화되며 기업 존폐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7854억원으로 전년보다 36.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29조651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증가했으며, 순이익 역시 6543억원으로 38.9%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보면 영업이익은 14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조5984억원으로 41.3% 늘고, 순이익은 110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호실적과 관련, 국내외 현장을 통한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확대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해외에선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대형 현장이 본격 가동됐다.

이날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022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1년 4분기 3272억원 대비 84%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매출액도 9조7649억원에서 11조1206억원으로 13.9%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한 해에만 71억5252만달러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2023년 연말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이 진행한 더라인 건물 모듈과 유람선 선착장 등 건설공사 입찰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네옴 더라인 스파인B, 델타JCT 프로젝트 등에도 입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의 호실적의 주요 배경에는 해외사업 위주의 행보와 대규모 프로젝트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주택시장에 한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해 중견급 이하 건설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가장 먼저 신용부문의 급격한 하향 평가가 이어진 가운데 문을 닫는 건설사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업계는 건설사들의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 우려로 신용등급 또는 전망치를 하향하는 한편 관련 대출 규모를 크게 축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올해 공급 축소가 본격화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금융권의 PF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축소로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건설업계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잠재적 부실기업도 전체의 40%를 넘어선 상황이다.

건설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 잠재적 부실기업은 2021년(32.3%) 이후 1년 만에 41.6%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건설업계의 부채비율도 144.6%로, 2022년(133.5%)보다 11%p 이상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2018년 132.8%에서 2019∼2020년 120%대로 내려왔지만, 지난해 140%대로 다시 치솟았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내부의 불균형이 걷잡을 수 없을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향후 미분양 리스크 등의 문제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앞서 태영건설 같은 유명 건설사도 워크아웃 위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중소형 건설사와 지방 분양 물량이 몰려 있는 기업들은 자금난을 타개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