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지난해 원유값 상승의 여파로 유업체가 흰 우유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안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의 입지가 높아졌다. 

3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흰 우유와 발효유 등 신선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88원 인상돼 1084원이 됐다.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87원 오른 887원이다. 

이러한 원유 가격 인상은 자연스레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을 이끌어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국산 흰 우유의 평균 가격은 ℓ당 3078원으로 전년 대비 10% 올랐다. 

이는 물가 상승률로 따져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하면 2.8배 높은 수준으로, 흰 우유에 대한 소비자 체감 물가가 특히 크다는 평가다.  

CU가 해외 직소싱한 멸균 우유 2종을 선보인다. [사진=BGF리테일] 

이러한 흐름에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멸균 우유를 찾았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고압으로 살균해 실온에서 자랄 수 있는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개념이다. 병원성 유해 세균뿐만 아니라 우유 속 유산균 등도 죽을 수 있는 단점이 있으나, 단백질이나 칼슘 등 주요 영양소는 남아 영양 측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또 흰 우유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기한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 우유 수입량은 3만 736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 금액은 3094만 달러로 32% 늘었으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에 멸균 우유를 취급하지 않던 국내 유통채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편의점 CU는 최근 업계 최초로 해외 직소싱을 통해 멸균 우유 2종을 선보였다. 우유에 대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우유 상품 발굴 필요성이 컸다고 판단한 것이다.

CU가 판매하는 멸균 우유의 제품 가격은 2100원으로 CU에서 판매하는 NB 흰 우유 대비 최대 46% 수준 저렴하다. 여기에 편의점 유통 채널 특성상 추가 할인 행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원대 후반으로도 내려갈 수 있다. 

CU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고객들의 장바구니 대표 품목인 우유의 해외 직수입을 진행했다”며 “가까운 CU 매장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의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유통채널의 멸균 우유 도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질수록 관련 상품에 대한 소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면서 “물론 신선도 측면에서는 흰 우유와 차이가 커 멸균 우유의 진입장벽이 다소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주는 장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유제품이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으로, 소비자가 고려할 수 있는 멸균 우유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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