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1~4호기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1~4호기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21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원자력발전(원전) 가동이 멈춰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임기 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고준위특별법)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30일 국회와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1월 임시국회는 다음달 8일까지 열리고 마지막 본회의가 1일에 개최된다. 회기가 끝나면 국회는 사실상 총선 체제로 넘어가 이번 임시국회가 21대 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한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간 고준위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11차례나 논의했지만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원내지도부에 법안 처리 협상을 일임한 상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가동해 매주 화요일 쟁점 법안들을 논의했지만 고준위특별법은 수차례 협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최소 7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가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오는 2030년이면 한빛 원자력발전소를 시작으로 고리‧한울원전에서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안돼 7년 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없어도 원전 출력을 낮춰 가동하면 임시저장시설을 마련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야 합의 불발로 7년 후 원전 가동 정지 가능성↑

하지만 대다수 원전 업계종사자들은 실제 원전 출력을 낮춰도 공장과 가정으로 들어가는 전기 공급량에 지장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낮은 원전 출력으로 발전소를 가동하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돼 결국 정부가 가동 중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야 간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지점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에 관한 문제다.

김영식 의원과 이인선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을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 또는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 동안 연료로 사용되는 예측량’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앞으로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반면 김성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저장용량을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 내 발생량으로 한정했다. 원전의 설계수명기간 동안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량 이상으로 저장시설 용량을 늘릴 수 없도록 함으로써 원전 수명 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도록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야당은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을 문제 삼으면서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원전의 부적절함을 인식하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에 따라 부지 내 저장시설이 영구화될 것이란 해당 원전 지역 주민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사용후핵연료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처분 용기에 담아 지하 500~1000m 천연암반 내 시설에 영구 보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시설을 짓는 데 적어도 37년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인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도 지난 2007년 수십년 진통 끝에 착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건설이 가능할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대부분 원자력발전소는 사용후핵연료를 물에 담가 보관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이념화 말아야

하지만 이러한 습식 저장시설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용후핵연료를 물에서 꺼내 보관하는 건식 저장시설을 원전 부지에 지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5일 ‘2024년 방폐물 신년회’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국회 상임위 계류 중인 고준위특별법 통과의 절실함을 강조한 바 있다.

최 차관은 “2030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됨에 따라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적기 건설을 비롯한 고준위방폐물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이 21대 국회 통과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과 방사선학회, 원자력학회, 지질공학회, 한국암반학회, 지구물리탐사학회 등 방사성폐기물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특별법은 오랜 기간 수많은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다른 정치적 이슈가 아닌 고준위방폐물 관리를 위해 반드시 21대 국회 회기 내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며 “특별법은 ‘탈원전’인지 ‘친원전’인지의 이념논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7년이 아니라 5년 뒤면 국내 가동 원전이 순차적으로 중단돼 국민들이 이번 문제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현실상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 함께 가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정치권과 탈원전을 주장하는 분들이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판단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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