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 수입차 영업점 앞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법인차량 모습.[사진=노해리 기자]
29일 한 수입차 영업점 앞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법인차량 모습.[사진=노해리 기자]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차량가액이 8000만원 이상인 법인 업무용 자동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이 시행 한 달 여가 흘렀지만 도로에서 연두색 번호판이 보이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올해부터 신규 등록하는 법인차에만 적용됨에 따라 지난해까지 구매한 법인차량은 기존과 같은 일반 번호판을 단다. 가격 8000만원 이하 중형 차량은 적용 대상에서도 뺐다. ‘효과 없는 반쪽자리’ 제도라는 지적이 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인 차량 업무용 외 사적 유용을 제재하겠다는 취지로 국토부는 지난 1일부터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 공공‧민간 법인 업무용 차량에 일반 차량과는 구별되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첫 시행단계인 올해 16만∼20만대가 연두색 번호판으로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제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던 방안이다. 주말‧휴일 등 사적 사용을 막고 근무자 외 법인 가족 대리 사용 등을 막을 수 있는 효과를 노렸다. 현재 법인차 전용 번호판을 부착할 경우엔 유류비와 보험료 감가상각비 등을 합쳐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제재효과는 약하다는 평가다. 강제성이 없어 일부 세금 혜택을 포기할 경우엔 기존 번호판을 그대로 부착해도 된다. 8000만원 이하 중형 이하 차량엔 그마저도 예외로 뒀다.

국토부 측은 공약 취지 자체가 2000㏄높은 가격의 법인차를 대상으로 했으며, 중저가 차량은 과시용 사적 사용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악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개인사업자 차량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 빠졌다. 1인 사업자의 경우 업무와 사적사용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법인차량의 ‘소급 적용’이 아닌 올해 신규 법인차량부터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미 출고된 차량까지 교체할 경우 제재 시행력이 떨어지고, 번호판 교체 비용이 너무 커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슈퍼카 구매율이 평년에 비해 껑충 뛰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법인차량 사적 남용을 잡겠다며 벌인 제도가 오히려 수입산 호화 브랜드 구매효과만 높여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법인차량 제재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주요 슈퍼카 브랜드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KAIDA 수입승용차 등록통계에 따르면 연간으로 비교해도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다. 2022년 △포르쉐 8963대에서 올해 1만1355대 △벤틀리 775대에서 810대 △람보르기니 403대에서 431대 롤스로이스 234대에서 276대로 증가했다. 모두 억 단위를 호가하는 최고가 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구매 역시 2022년 11만723대에서 지난해 10만7677대로 등록대수는 줄었지만 개인구매 등 점유율로 따졌을 땐 39.1%에서 39.7%로 오히려 늘었다.

이렇듯 ‘법인차량=슈퍼카’ 인식이 확산하면서 일부 네티즌들에게선 “연두색 번호판을 단 차량은 8000만원 넘는 고가 차량이라고 광고하는 셈, 위화감만 조성한다”며 자조 섞인 비난까지 나오는 상황. 실제로 최근 5년간(2018~2022년) 신규등록 취득가액 1억원 초과~4억원 이하 차량 중 71.3%, 4억원 초과 차량 중 88.4%가 법인 소유 승용차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색상 구별보다는 법인차량 가격 상한제 같은 실질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호주나 미국의 경우 법인차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거나 차량일지 의무 작성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색상만 바꾼 번호판은 시인성만 떨어질 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해외처럼 차량 가격 상한선을 두는 등 구체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로 제도를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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