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칩 개발을 위한 빅테크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AI반도체 칩 개발을 위한 빅테크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AI 반도체 시장이 2026년까지 861억 달러 규모(한화 약 115조115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들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를 겨냥한 AI칩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독점을 방지하는 새로운 생태계 마련에 나서며 ‘탈(脫) 엔비디아’ 기조의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업계 간 협력도 기대되는 양상이다. 오픈AI가 AI칩을 자체 개발하는데 최근 ‘동맹 의사’를 타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력한다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과 SK의 HBM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엔비디아는 AI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에 위치하고 있다. AMD, 인텔 등의 시장 진입에도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즈호 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약 9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갖는다. 향후 5년간 75~90% 사이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이러한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됐다. 

그러나 독점에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현재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되는 GPU는 대부분 엔비디아가 공급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수혜를 하나의 기업이 독식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가격 인상과 수급 문제 시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실제 지난 2022년부터 데이터센터에 활용되는 GPU 수요가 급증하며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 인상과 더불어 구매가 어려웠던 전례가 있다.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인텔 등 다양한 기업들이 AI에 활용될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심에는 오픈AI가 있다. 샘 올트먼 CEO는 자사의 챗GPT를 기반으로 한 AI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자체 개발 칩을 개발해 하드웨어 분야 경쟁력 강화도 나설 전망이다. 일례로 오픈AI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칩 관련 다양한 협업 모델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독점한 GPU뿐 아니라 AI 작동에 필수적인 HBM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OpenAI 데브데이: 키노트 리캡 발표에서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식 유튜브 캡처]
지난해 11월 개최된 OpenAI 데브데이: 키노트 리캡 발표에서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식 유튜브 캡처]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최고경영진과 만남을 갖고 AI반도체 위탁 생산과 고대역폭메모리 조달을 위한 협력 구도를 논의했다. 동시에 대만 TSMC와도 AI반도체 위탁 생산을, 아랍에미리트와는 개발을 위한 투자유치를, 영국의 팹리스 기업 ARM을 인수한 일본 소프트뱅크와도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AI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먼저 구글은 TPU(Tensor Processing Units, 텐서 프로세싱 유닛) 시리즈를 만들어 구글 클라우드에 탑재하고 있다. 특히 딥러닝 추론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특화시킨 맞춤형 전용 칩으로 자체 개발한 AI 기계학습엔진 ‘텐서 플로우’에 가장 최적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을 위한 자체개발 GPU 마이아100을 공개한 바 있다. 마이아100은  AI 기술 가속화를 위해 설계된 칩으로 오픈 AI 모델, 빙, 깃허브 코파일럿, 챗GPT와 같은 AI 워크로드에 대한 클라우드 기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또 AI반도체 ‘아테나’도 개발 중이다. 아테나의 개발에 따라 오픈AI와 협력해 GPT-4 성능 테스트 등을 추진한다. 아테나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학습하고 지원하는 데 쓰인다. 

메타는 지난해 5월 AI와 동영상 처리를 지원하는 자체 설계 반도체 MSVP와 MTIA 칩을 공개했다. MSVP(Meta Scalable Video Processor)는 에너지효율을 높여 동영상을 처리하고 사용자에 전송하는 반도체다. 일 기준 40억개의 동영상 처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AI작업을 지원하는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는 훈련된 인공지능 모델의 추론을 맡는다. 향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생성형AI 작업 등에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아마존은 AWS 인퍼런시아(AWS Inferentia)라는 AI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에 탑재했다. 지난 2020년 인퍼런시아1에 이어 지난해에는 인퍼런시아2를 출시했다. 딥러닝 추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인퍼런시아2는 전작 대비 10배이상 성능이 개선됐다. 

인텔은 러닝 및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용 차세대 AI 가속기 ‘인텔 가우디3(Intel Gaudi3)’를 발표하며 올해 출시를 예고했다. 인텔의 가우디3는 현 시점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H100에 도전장을 냈다. 가우디는 AI전용 반도체로 전작대비 처리속도가 최대 4배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 용량도 1.5배 늘어 대규모언어모델의 처리 성능을 고도화됐다.  

이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AI칩 자체 개발 기대 효과는 기술력 강화와 AI반도체 생태계 혁신이다. 수급 다변화와 독점 방지 외에도 각 기업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적합한 AI칩을 만들어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수요 기업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써 각 기업의 서비스와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한 효율성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칩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더 많은 자원을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한 혁신적인 기술 발전과 조직 내 구조와 운영방식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의 AI칩 제조업체들의 위상과 비즈니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체 칩 개발에 나선 기업들과의 계약관계가 변경되거나 경우에 따라 협력관계로 전환될 수도 있어서다. 이러한 대안적 협력을 통해 가격 혁신과 더불어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기술력 향상 등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오픈AI는 챗GPT 출시 후 AI 구축과 실행에 필요한 컴퓨팅과 프로세서 수요가 엄청나게 급증해 필요한 칩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며 “반도체 제조 공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자금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 SK등 전문적인 기업과 협력해 칩 제조와 잠재적 파트너십 체결을 논의함에 따라, AI프로세서를 위한 HBM 메모리 공급 등에서 협력이 기대된다”며 “다양한 사업자가 칩 개발에 나선다면 경쟁에 따른 시장 변화도 예상되지만 엔비디아가 고도화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바, 당장은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인공지능반도체 선도기업 성공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AI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19.9%씩 증가해 2026년 861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AI반도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AI반도체 적용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소프트웨어 응용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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