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세계건설,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신세계건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긴급수혈에 나선 그룹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넘은 듯 보였던 신세계건설이 적체된 지방 미분양 물량들로 인해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분양 물량 해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비롯한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신세계건설이 보유한 대다수 미분양 물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뇌관으로 일컬어지는 대구에 자리해 있다는 점이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29일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이달 이사회를 통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2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을 의결했다. 이를 금융기관과 신세계아이앤씨가 각각 1400억원, 600억원 매입할 예정으로,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을 결의한 바 있다.

이 같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신세계건설의 유동성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또한 주요 사업장에 대한 만기 연장 협의 또한 진행되고 있어 채무상환 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곤두박질친 신세계건설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지방 미분양 물량의 해소가 시급하다. 하지만 대다수 사업장의 분양률이 전국 평균을 한참 밑돌다 못해 준공 후 미분양 등 악성 물량으로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신세계건설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조1601억원, 9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37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767억원으로 손실로 돌아섰다. 특히 부채비율은 2022년 265.0%에서 지난해 3·4분기 기준 470.0%로, 210%에 달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악화 신호에도 신세계건설의 잔여 미분양 물량 대다수가 건설업계의 주요 미분양 물량이 몰려 있는 대구에 적체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수는 총 1만328개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016개로, 대구에서 수년간 막대한 주택공급이 이뤄진 탓에 해당 지역에 맞물린 건설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통상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PF 리스크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주요 뇌관 중 하나로 꼽힌다.

신세계건설은 작년 기준 △대구 수성4가 ‘빌리브 헤리티지’,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 △대구 달서구 본동3 ‘빌리브 라디체’ 등 대구지역 내 3개 사업장이 여전히 미분양 리스크로 남아 있다. 분양률은 각각 22.6%, 21.6%, 22.9%로 저조하다.

해당 사업지 3곳의 총 도급규모는 약 3300억원으로, 20% 수준의 분양률로 인해 현재 미청구공사를 포함, 1000억원 이상의 공사미수금이 발생했다.

특히 ‘빌리브 헤리티지’의 경우 지난해 8월 준공을 마쳤지만 분양률이 17.1% 수준에 그치면서 위기가 초래됐다. 현재 시행사가 1400억원대 PF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함에 따라 해당 매물은 개별 매각 방식으로 신탁 공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마저도 해당 물건들의 공매가 거듭된 유찰로 해소되지 않는 다면 대주단과 공사를 수행한 시공사 피해까지 확산할 수 있다.

대구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에 대해서는 계약금 1000만원에 환매보장제까지 내거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여기에 내년 6월 입주 이전 계약을 해지해도 계약금·중도금·옵션금 가운데 직접 납입한 금액 100% 환불을 보장하는 등 말 그대로 ‘울며 겨자먹기’ 식의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 같은 사안을 감안,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PF부실과 관련, 신세계건설을 비롯한 다수의 중견건설사들을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한 건설사로 지정했다.

한기평 측은 “부동산 침체가 극심한 해당 지역 내 다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구는 상승 대비 하락장 중 내림폭이 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건설의 미분양 매물을 둘러싼 잡음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 헤리티지 분양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매물을 분양받은 25가구는 지난 26일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내용증명을 신탁사와 시행사에 보냈다. 전체 분양자들은 공매 절차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입주자들은 공매로 인한 재산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신탁사에 따르면 전용 159㎡ 저층 매물의 경우 최저입찰금액(1차)은 15억8500만원으로, 이는 기존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는 규모지만, 거듭된 유찰로 5차까지 공매가 이어질 경우 1차 대비 4억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비대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의 헤리티지라는 최고급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기업에 대한 신뢰를 믿고 계약했다”며 “상생의 길을 선택해 원만하게 합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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