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통상적으로 택배업은 택배기사와 대리점, 택배사로 주체가 나뉜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택배 대리점은 택배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즉, 계약상으로는 택배기사와 택배사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택배기사와 택배사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택배사가 택배기사의 ‘사용자’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택배기사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약 4년 전 세상에 던져졌다. 지난 2020년 3월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근무 환경 등과 관련된 노조 단체 교섭 과정에 CJ대한통운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택배 노동자가 받는 업무가 CJ대한통운으로부터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의 계약 당사자는 대리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으로, 실제 노동조합법 제81조 1항 3조에는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을 이유 없이 거부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정하지만, 여기서 사용자는 기존 대법원 판례상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은 자’를 의미했다. 

이러한 양 측의 대립된 주장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한 것이다.

처음 열린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CJ대한통운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즉, 택배 기사와 계약을 한 대리점을 택배기사의 사용자로 본 것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열린 중앙노동위는 실질적 지배력에 대해 언급하며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의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노동관계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CJ대한통운이 즉각 항소했으나 최근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며 “단체교섭이 근로계약관계 당사자와의 사이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 이후,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먼저  CJ대한통운은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택배노조 측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와 외침이 옳았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은 역사적 판결”이라며 “CJ대한통운은 시간을 끌기보다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판결을 수용해 즉시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환영했다.

이 가운데 대리점은 존재를 부정당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재판 결과에 따라 원청인 택배사가 단체교섭에 응해 택배기사의 작업시간과 수수료율 같은 계약 조건을 협의하게 되면 대리점과 계약은 종잇장에 불과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각 주체의 입장에서 논리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는 만큼, 택배기사 사용자에 대한 정의는 좀처럼 쉽게 내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확한 결론없이 혼란이 길어질수록 양 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무엇보다 양 측 모두를 고려하는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바꾸기 위해선 원청인 택배사의 의견 등 일정 수준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택배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하청업체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등 커다란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특정 기업과 특정 노조 간의 갈등이 아닌 원하청 구조에 대한 정책적 해법이 나와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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