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독일의 유명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로 유명하다. 그는 히틀러가 집권한 독일 사회를 견딜 수 없었고 나치를 피해 조국을 떠나 오랜 시간 망명을 했다. 구두보다 나라를 자주 바꿨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그 덕에 그는 다른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아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자신이 스스로가 미워졌다고 솔직히 말한다. 오랜 친구들에게서 환영을 보기도 한다. 브레히트의 말처럼 과연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일까. 브레히트는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오래 살아남았다고 시인한다. 적어도 그렇게라도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 거대 플랫폼인 카카오 다음이 일방적인 뉴스 검색 서비스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 뉴스제휴 언론사들과 계약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편에 대한 안내나 상의 없이 독단적인 선택을 했다. 콘텐츠 제휴 언론사인 CP사를 제외한 일반 검색 제휴 언론사를 기본 검색에서 제외한 것이다. 

여전히 다음 뉴스에서 일반 검색 제휴 언론사의 기사도 볼 수는 있다. 다만 뉴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검색 옵션을 재설정해 전체 뉴스 보기를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겪어야 한다. 무슨 큰 차이가 있겠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이 간단한 차이로 인해 실질적 파급효과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사실상 일반 검색 제휴 언론사를 배제한 것과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기존 1176개 언론사 가운데 146개 CP사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는 기본 검색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더 나은 검색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카카오의 발언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언론사의 다양한 목소리, 다각화된 시점이 다뤄진 많은 뉴스가 제공돼야 하며 이 가운데 일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46개의 콘텐츠 제휴 언론사(CP)의 기사만 우선 노출된다. 사실상 다음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소비자는 146개 언론사의 시선 속에서 뉴스와 정보를 얻게 돼 제한적인 뉴스만 접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여러 이유가 점쳐지고 있지만 확실시 된 것은 없다. 다만 불분명한 원인에 따른 행위와 그 결과가 문제가 되고 있다. 콘텐츠 제휴사인 CP사들은 살아남았다. 일부는 안도할 수도, 일부는 향후 안위를 걱정할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편 이후, 언론계는 CP사와 비(非)CP사와의 양 구도로 갈리기도 했다. 비CP사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CP사는 나 몰라라하며 웃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포털이 CP사를 우대할수록 수혜를 누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선택받은 자들인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CP사들이 주로 구성된 언론단체들은 이번 개편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고 조용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짧고 형식적인 성명서를 발표하는데 그쳤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이게 끝이 아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 때문이다. 과연 선택받은 CP사는 안전한 지위를 보장받았나. 실제 카카오는 다음 뉴스 개편 한 달 후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며 146개의 CP사 가운데 29곳을 모바일에서 우선 노출하는 개편도 추진했다. 

이 ‘배틀로얄’이 지속되면 어떤 이는 배제되고, 누군가는 선택되면서 결국 업계가 점차 분열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다면 언론계의 분열을 바라는 이는 누구인가하는 의문도 든다. 

플랫폼이 겨누는 총구가 CP에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아름다운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언론들이 힘을 합쳐 ‘언론사 공동 포털’ 등과 같은 대안적이고 생산적인 ‘제3의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에게 벌벌 떨며 물러설 수 밖엔 없다. 더 밀려날 곳도 없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옆 지기의 슬픔을 바라볼 수 있는 연대와 공감의 눈길과 관용이 필요한 시대다. 특히 운이 좋아 오래 살아 남았다는 브레히트의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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