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오션]
[사진=한화오션]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한화 옷으로 갈아입고 새해를 맞은 한화오션이 연초부터 잇달아 사망사고에 휩싸이는 등 신고식을 혹독히 치르고 있는 가운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항해가 순탄치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넘쳐나는 일감에 부족한 인력난, 아직 조업 전반에 투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다소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보건교육 실시를 위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4시간 동안 옥포조선소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오후 3시부터 올해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 및 사고지역을 제외하고 조업을 재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4일 발생한 사망사고 때문이다. 당시 한화오션 협력업체 소속 잠수부 A(31)씨가 이물질 제거를 위해 잠수 작업을 하던 도중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도 한화오션 옥포사업장 내 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2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한화오션으로 출범한 이후 8개월 만에 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조선소는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보다 사고건수도, 사망률도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2022년 전국 조선소에서 일하다 다친 사람은 3300여명이고 사망에 이른 경우는 47명에 달한다. 근로자 1만명당 한 달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망만인율은 0.63(2019년 기준)으로 전업종 사망만인율 0.46을 상회한다.

올해 들어서도 한화오션 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에서도 지난 18일 협력사 소속 60대 노동자가 계단에서 떨어져 숨졌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난 19일 오전 8시부터 4시간 동안 조업을 중단했고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한화·삼성 등 새해벽두부터 사고 잇달아···중대재해 노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소에서 일하다 숨진 사람 대다수가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한화오션 사업장 내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5일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의 원인은 한화오션 안전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됐기 때문”이라며 “원청이 담당해야 할 안전업무마저 한국안전연구원같은 하청업체를 만들어 외주화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지회 측은 “원청의 안전업무를 외주화시킨데다 그 비용까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일부 부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회는 이날 발간물을 통해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위험작업허가서에 승인된 작업자와 실제 작업자(A씨)가 다른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재해 작업자는 발판 임시 하청업체에서 발급한 출입증으로 출입해 잠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오션 및 삼성중공업 측은 매년 안전·보건 관련 집행금액을 확대하는 등 관련 활동을 늘리고 있어 노동계가 주장하는 안전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는 반박하고 있다.

실제 2022년 4월 폭발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사망사고를 겪은 HD현대중공업은 이후 고위험작업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 작업자 중심 현장 위험성평가 활성화 등 전사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어 최근 들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안전관리 예산도 지난해 3085억원을 집행했다. 올해는 투자액을 더 늘릴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하고 안전보건총괄책임자와 관리감독자에 대한 평가 절차를 마련해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안전·보건 부문 투자금도 3700억원으로 늘렸고 올해도 증액을 통한 관련 투자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한화오션도 2022년 2629억원이던 안전·보건 관련 투자금을 지난해 3212억원으로 늘렸고 안전보건환경 관리 인력 3000명을 충원하는 등 안전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경영경상화 기간에도 안전에 대한 투자를 절감하지 않고 지속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독 한화오션에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한화와의 통합 과정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속도를 내다보니 기존 조직이 미쳐 따라오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경남본부]
[사진=민주노총 경남본부]

◇ 집중된 경영정상화, 인력난·늦어진 시설 투자 등이 발목

실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경영 안정성을 되찾고 있지만 아직 막대한 부채로 인한 빚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화오션은 지난해 적자 폭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고 모기업의 대규모 증자를 통해 경영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에야 12분기 만에 첫 분기흑자를 달성할 만큼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M&A 부침을 겪으면서 경쟁사에 비해 시설 투자에 한 발짝 늦은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연초부터 신고식을 혹독히 치르고 있다”면서 “한화에 인수된 이후 재무개선과 함께 조업환경 개선 및 시설 투자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과 투자금이 동원되는 만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관계자는 “제2의 호황기를 맞아 업황이 개선되면서 한화오션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난과 과거 흑역사 시설 유출된 인력 등의 문제가 여전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또 조선업계 특성상 외주화된 조업 구조도 지속적인 안전 문제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안전·보건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조업환경 개선 및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자동화 등도 부수적으로 안전 관련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서 “최근 발생한 사고들이 향후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원인 규명이 우선돼야 좀 더 촘촘한 안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화오션에서만 새해 들어 벌써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올해 안전·보건 대책도 새로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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