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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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국내 방산기업들의 해외 수출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후속 수출을 두고서는 수출국 금융지원에 발목이 잡히면서 사실상 발이 묶여 버렸다. 정부는 수출입은행 개정을 통해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치 국면이 펼쳐지고 있어 사실상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까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은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기본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8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48대 등 17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672대, 다련장로켓 천무 288대 수출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K9 212문 11월에는 천무 218대도 계약했다.

현대로템 역시 폴란드와 1000여대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맺어 1차 계약에서 180대 수출을 확정했다. KAI는 FA-50 전투기 48대 대상으로 무기 수출 계약과 1차 실행 계약 체결을 끝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방산 기업들은 2차 물량 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1차 물량에 비해 2차 물량 규모가 더 큰 상황이다. 2차 계약 규모는 K2 전차 820대, K9 자주포 460문 등 30조원 어치에 달한다.

◇ 폴란드 특수도 군침만···정책 금융지원 미비가 문제

하지만 1차에 이어 2차 계약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과 다르게 현재 2차 계약은 수출금융 지원에 발목이 잡혀 올스톱 된 상황이다.

폴란드와의 2차 계약 문제는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에 묶이면서 한국 측 정책금융 지원을 해주지 못하게 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행 수출입은행법에 따르면 수은의 자본금은 15조원으로 제한돼 있고 수은법 시행령에 따라 수은은 동일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최대 40%까지만 대출해 줄 수 있다.

현재 수은이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원을 포함해 18조4000억원 정도다. 이에 자기자본 40%인 7조36000억원을 폴란드 수출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폴란드 1차 수출 계약에서 수은은 6조원을 지원해 2차 계약에서는 1조36000억원 정도만 빌려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수은 자본금을 25조~35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계류 중이다.

여기에 폴란드 정권이 8년 만에 교체되면서 수출 무산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방산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는 지난해 말 “한국의 융자금 제공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수은법 개정을 해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이야기를 돌려서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만을 넋 놓고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업계 얘기다. 우선 폴란드 수출 계약 시한이 6월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그 사이 국내 역시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기 내에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총선 이후 다시 법안 발의 과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수출 계약 시한이 만료되면 폴란드 2차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해말 서둘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공동 대출을 받아 약 3조4474억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 일부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수출물량 300여대, 현대로템의K2 전차 수출 물량 820여 대의 수출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더욱이 폴란드 정부는 2차 실행계약에서 20조원 이상의 국가 대출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수은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수은에 7년 동안 최대 15조원 규모의 대규모 출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에게 제출한 바 있다. 기재부는 한국도로공사 지분 등 현물로 15조원, 현금으로 5조원 가량을 출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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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수은 15조 증자안 제시···국회 문턱 넘기 힘들어

그러나 수은법 개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는 업계 안팎으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는 여야 모두 수은법 개정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방산수출을 막아서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쟁으로 냉각되면서 수은법 개정안이 거론초자 되지 않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2000년대 초 유럽 경쟁사 대비 소극적인 금융지원으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용 전투기 수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은 계약당 1억달러 수준의 차관 지원에서 조단위 금융 지원으로 전환하고 폴란드 정부에 100% 대출 지원을 제공해 F-16 전투기 48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수은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폴란드 2차 계약 무산을 비롯해 향후 유럽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장 루마니아 정부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주포 도입 사업에 독일, 터키뿐만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입찰 적격 후보로 선정하는 등 K방산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산 분야 수출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방산 수출 강국 달성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향후 폴란드뿐만 아니라 동유럽을 중심으로 무기 수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은 자본금 한도를 적기에 상향해 수출 경쟁력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은 진행은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지원 관련해서는 방산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결국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계약 시효가 오는 6월 말이면 종료되는 만큼 그 전에 해법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폴란드 2차 수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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