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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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이 오는 27일부터 본격 적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재계와 여당 측에서는 재 유예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와 야권은 이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만큼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논란 역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가 물건너 간 것으로 전해지며 사실상 다시 유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 5단체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촉구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성명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법 적용 유예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에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이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으로 중대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법률의 적용 유예를 수차례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더불어 “중대법 2년 연장 후 추가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과 정부 대책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으로 약속했음에도 법 시행 나흘을 앞둔 지금까지 국회에서는 법안의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여, 유예 연장 법안 제출···경영 부담, 일자리 감소 우려

재계는 또 “중대법 근본 목적은 기업경영인 처벌에 있지 않고 산재 예방을 통한 중대재해 감축에 있다”면서 “법률의 즉각 시행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유예기간을 통해 보다 많은 정부 지원과 사업장 스스로 개선방안을 찾도록 논의하는 것이 재해 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대법이 확대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처럼 경제 주요 단체들이 지난주에 이어 잇달아 중대법 확대 적용을 두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게 국회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우선 오는 27일부터 중대법이 확대 적용을 앞두고 있지만 다시 유예 기간을 2년 늘리기 위해서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처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중소기업 경영 부담과 폐업,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야당의 협상 거부로 진전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치 요구가 수용돼야만 유예 여부를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오히려 정부·여당이 소극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정부가 2년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식 사과, 최소 2년간 매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 및 예산지원 방안,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 등의 3대 조건을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여야가 평행선을 긋고 있어 중대법 유예 여부는 사실상 총선을 앞둔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중대법 확대 적용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점도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법안 유예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한 것이라며 확대 적용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노총·민주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유예해 온 지난 2년간 무엇을 했기에 중소기업이 ‘살얼음을 걷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냐”며 “그동안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보호에 무계획·무대책·무성의로 일관해 왔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을 즉시 적용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산업안전보건 대책과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다시 유예하는 법안 처리는 물러너갔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오는 25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대법이 확대 적용되면 상당한 영세기업들을 중심으로 큰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가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준비 부족'이다. 중대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해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을 처벌한다.

◇ 중소기업 유예 이유 ‘준비 부족’···코로나19 등 여력 없어

문제는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정보 부족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아닌 ‘별도의 안전관리자'를 둘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대다수 중소기업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책임을 지고 구속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는 대부분 사업주가 대표인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기중앙회 등을 중심으로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협동조합이라는 업종별 단체를 활용해 공동 관리자를 두는 방법 등을 검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사업주들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중대법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중기중앙회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89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80.0%가 ’중대법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준비부족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53.4%), 예산부족(27.4%), 의무 이해가 어렵다(2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한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어 중대법 유예 법안을 두고 극적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하지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당장 확대 적용으로 인한 경영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라도 영세기업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좀더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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