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59로 지난 2022년보다 3.6% 올랐다. 2023년 물가를 견인한 건 공공요금이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59로 지난 2022년보다 3.6% 올랐다. 2023년 물가를 견인한 건 공공요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미국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하자 국내 관련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원유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 국내 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8달러(2.42%) 오른 배럴당 75.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26일 이후 최고치다. 유가는 지난 7거래일 중에서 5거래일간 올라 확연한 오름세를 보였다.

우선 호루무즈 해협 상황이 국제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 11일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한 이후 국제유가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석유 운송로로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하지만 전체 수입 원유 중 72% 정도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 입장에서는 중동에서 수입한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기 때문에 홍해보다 호르무즈 해협이 갖는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은 차질이 없고 중동 인근에서 항해 중인 유조선과 LNG 운반선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다. 하지만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역내 군사 활동이 더 확산되면 원유 수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로 도입되는 중동 원유 수입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두바이유 이외의 국제 유가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국내 원유 72% 수입 통로

중동발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원유 가격상승을 이끄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서 발표한 지난 12일 기준 상업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50만배럴 감소한 4억2990만배럴로 나타났다. 당초 시장은 31만배럴 감소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한파가 노스다코타주, 텍사스주 등 미국 내 주요 원유 산지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노스다코타주 당국 집계에 따르면 현재 생산량은 하루 70만배럴 이상 감소했다. 노스다코타주의 정상 생산량은 통상 120만배럴 이상을 유지한다.

아울러 세계 경제 성장률 개선 예측과 중국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원유 수요가 하루 124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 예측치보다 18만배럴 늘어난 전망치다.

정유업계에서는 IEA 월간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점도 이번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한국의 원유 최대 수입지역인 중동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원유 수입처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량은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 1억2565만배럴로 전년동기 1억2322만배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재고 감소는 전 세계 유가 상승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인 동시에 미국에서 국내로 수입하는 원유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의 수익률 감소에 머물지 않고 국내 물가 동향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은 점은 가장 우려할 만한 지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 3.6%였던 물가상승률이 올해 2.6%로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상치를 내놓은 근거 중 하나가 국제유가 하락세다. 이미 지난 2022년 22.2% 올라 물가 상승을 부추긴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11.1% 상승에 머물며 전체 물가 상승을 낮추는데 큰 몫을 한 바 있다.

◇원유 수입가 상승···물가 인상으로 필연적 귀결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기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최악의 경우 중동 지역 내 원유 공급망이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내에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고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뛰며 경제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 주요 원유 수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에서 국내로 원유가 수입되는 통로”라며 “이곳이 막혀버리면 아무리 시장에서 석유제품의 가격이 뛰는 상황이라도 원유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리스크 민감도가 홍해와 다르다”며 “과거에 실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적은 없어 현재는 이란이 미국에 대한 협상카드로 일시적 봉쇄 등을 선택할 가능성 정도만 예상되지만 외신에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간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 많아 관련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란이 전면전을 불사하는 극단적인 경우 국제유가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치적 불안이 가중돼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한다면 국내 물가를 불안하게 자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한 상황이 현실이 되면 정부는 생계형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안정 대책을 실시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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