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신년 민생토론회에서 취약계층과 범국민이 강조된 윤석열 대통령 지적이 참 불편합니다.”

상생금융 압박에 역대급 지원금을 내놓은 은행권이 대통령의 연이은 질타에 추가 지원안 요구에 대한 고민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주문이 없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혜택을 제공했다가 ‘형평성’ 논란에 시달렸던 경험 때문이다.

대통령은 최근 토론회에서 은행권을 두고 자유시장 경제에 반하는 경쟁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정한 경쟁 저해, 투명하지 못한 운영이 국민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등 작금의 문제의 발단을 은행의 ‘대형화’, ‘독과점’ 등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대통령의 지적이 당국의 주문이 상생금융 부담을 키웠다.

최근 최대한 지원하고도 혜택에서 제외된 중장년과 직장근로자의 불만에 은행권을 ‘공공의 적’이 됐다. 번 돈은 제대로 쓰지도 못했음에도 인심만 잃은 셈이다.

대통령의 또 다른 질타는 정부의 압박에 백기를 든 은행권의 성의의 부족으로 폄훼된다. 6조원의 수익을 올린 반도체 회사가 재투자에 나서는 반면, 이자수익만으로 60조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2조원에 그치면서다.

주문에 즉각 대응이 ‘화수분’으로 둔갑되면서 압박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떠밀린 은행권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예금과 대출 금리부터, 최고경영자 선임, 운영 방안까지 입김이 안 닿는 데가 없다 보니, 경영 효율성 제고를 고민하기보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대안만 내놓고 있다.

상생금융안이 청년층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까닭도, 당국의 주문에 의해서다.

다만 당국의 주문에 대응하다 보니 막상, 경영효율성 제고는 뒷전이 되고 있다.

고임금‧고연령자 희망퇴직을 통해 적정 규모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인력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지만, ‘이자장사’ 지적에 특별위로금을 줄이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희망퇴직을 유인할 수단이 제한되면서 인력 운용계획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한직으로 보내거나 퇴사를 강요하면 또 다른 갑질로 지적이 뻔하다.

운영 효율을 이유로 한 영업점 축소도 당국에 엄포에도 조심스러웠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지출 부담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필두로 영업점 통폐합이 시작됐고 우리은행도 3월 통폐합을 앞두고 있다.

당국의 주문을 우선하다 보니 정작 급한 디지털 전환에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됐는데 이제야 핵심 기능을 통합한 앱을 내놓고 있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도 시급하다. 단순히 정부의 안대로 명령휴가제, 순환근무제만으로는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

정부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문하니 따를 수밖에 없고 보여주기식의 대책만 나온다.

은행의 경쟁력 제고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면, 자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은행 발전의 발목을 잡고,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양산시켜온 지금의 금융당국 규제. 금융선진화 차원에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