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건설기술연구원,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건설기술연구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급격한 자금경색으로 수년간 조단위에 이르는 회사채와 펀드 발행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채를 떠안게 된 건설업계가 해당 채권들의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신규 펀드 발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모집 등 총력 대응에 나서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이 같은 파장이 중견급 건설사를 넘어 1군 건설사로까지 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마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건설사들의 만기 차입금 마련에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개 건설사 가운데 19개사가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만기 물량은 총 3조78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 오른 19개사 중 만기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SK에코플랜트로, 총 7520억원 물량 중 다음 달 상환해야 할 몫만 398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이 밖에도 롯데건설(5100억원), 대우건설(2500억원), GS건설(2000억원) 등도 2000억원 이상의 만기 물량을 떠안고 있다.

각 건설사들은 시공능력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차입금 차환 및 상환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급격한 시장 위축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 이후 자금경색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해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동안 유동성 악화 시 급전 확보의 용도로 활용돼 온 기업어음(CP·단기사채 포함) 등 단기차입금 조달도 예전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수천억원대 PF 리스크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자금 유동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CP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경우 추가 차환 리스크라는 족쇄에 또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에 대형건설사 내부에서는 유동성 확보 여부 대한 위기감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사례로 연쇄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앞서 자금 확보에 나선 대기업 건설사들의 실패 사례를 비롯해 공모에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이자 부담이 짓누르는 탓에 이렇다 할 명백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건설사 홍보임원 A씨는 “그동안은 중견 또는 중소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제 그 파장이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 내 대형건설사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문제는 금융업계와의 공동노선인데, 사실상 각자도생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다. 자생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금줄을 틀어쥔 금융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안에 감독 규정을 개정해 저축은행과 캐피털사의 토지담보대출 충당금 적립 기준을 상향할 예정이다.

문제는 중견건설사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2금융권의 건전성 압박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거래기업들의 유동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수도권 주택 사업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중견건설사들의 부침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사태의 진원지인 지방 건설 사업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견급 이하 중소건설사들은 사실상 돈줄이 메마른 것이나 다름없는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부터 담보부사채 등의 유동성 확보 기조가 강화됐다. 이미 수년간 쌓이고 지속돼 온 부실”이라며 “하지만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공모채, 사채, 펀드 등 각종 부문에서 실패 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올해는 대체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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