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롯데케미칼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불황으로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이 무산됐다. 여기에 이번달 공모채 발행도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연기하기로 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조520억원, 영업손실은 76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6분기 만에 적자를 탈출했지만 1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23년은 석유화학업계가 위기 속에 보낸 1년이었다. 고유가와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 부진과 중국의 설비 자급률 상승 등 영향으로 업계 전반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석유화학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넘지 못하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업황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단 점이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신년사에서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강조하며 “사업 운영 측면의 비용과 생산성을 혁신하고 운전자본 및 투자비 등을 효율화해 전사 차원의 현금 창출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지난 15일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이 또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현지의 불확실한 상황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은 폴리에스터 섬유와 산업용 원사, 페트병 등에 쓰이는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연간 50만톤 생산하는 회사다.

◇석유화학업계 불황에 적자 행진···올해 상황도 비슷

하지만 PTA 사업은 더이상 롯데케미칼의 포트폴리오에 맞지 않는 만큼 매각이 불가피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계속되는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을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사업구조 재편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PE·PP, 태양광 EVA(에틸렌과 아세테이트 비닐 혼합) 등 고부가 제품을 늘려 이익변동성을 완화시키고 배터리소재와 수소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마련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스페셜티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대신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중국 내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범용 제품 및 저수익 사업군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의 LCPL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이번 매각 실패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LCPL의 매각가가 1924억원에 불과해 매각 불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밸류체인 전반을 조정 중인 상황이라 이번 무산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내릴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기 위한 일부 선행 조건이 파키스탄 정치, 경제 불확실성으로 장기간 해소되지 않아 거래 상대방이 주식매매 계약서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해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사태에 공모채 발행도 눈치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에 또 다른 악재가 터져 나왔다. 롯데케미칼은 이번달 준비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이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사실 금융투자업계에서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은 우수하지만 기관이 선호하지 않는 투자처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022년 롯데건설에 5800억원을 지원한 이력이 계속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채 발행 연기도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분 44.02%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이 최근 더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건설사는 물론이고 건설사와 지분 관계로 얽힌 회사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과거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등이 롯데건설을 지원한 이력이 있어 이번 공모채 발행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악화된 데 이어 공모채 발행도 연기되자 올해 차입금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익 체력 개선은 미미하나 순차입금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며 “당초 기대했던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80% 수준인 아시아 NCC(나프타분해시설) 가동률은 2024년 신증설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요인으로나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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