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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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HMM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되면서 여전히 안팎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HMM 노동조합 측이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하림 측이 제시한 자금조달 계획만으로는 사실상 무자본 인수에 가깝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HMM 육상·해상 노동조합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매각 민영화 무엇이 문제이고, 과연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및 같은 당 전재수·최인호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전정근 HMM해원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제를,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정일환 영원NCS 무역물류컨설팅 대표,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이기호 HMM육상노동조합 지부장이 참여했다.

먼저 전정근 노조위원장은 발제에 앞서 “매각이 이렇게 졸속 처리되면 안 된다고 힘겹게 싸울수록 영화 ‘서울의 봄’이 많이 생각 난다”며 “하루아침에 반란군한테 나라가 무너지지만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간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몰랐고 무관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HMM이 졸속 매각 돼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피 흘려서 민주주의를 되찾았던 것처럼 언젠가는 잃어버린 행운을 되찾기 위해 또 피눈물을 흘리기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의제로는 HMM매각 관련 우려와 하림그룹 인수 자금조달 계획 문제점,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과 제안 등을 꼽았다.

특히 우려와 문제점을 크게 6가지로 분류했다. 노조 측은 인수자금 조달 계획, 인수자금 상환 계획, HMM 운영 계획, 해운의 독과점과 담합의 문제, 계열사 지원 가능성, 우선협 선정 공정성 훼손 문제 등을 거론했다.

전 노조위원장은 “하림 측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분기 보고서 기준 약 4600억원, 한진칼 지분 처분 금액 1628억원, 그 외 5조8000원은 따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수자금 상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조차 않고 있어 의혹과 의문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 지원 가능성도 하림그룹이 과거에 유사한 행위를 진행한 바 있어 향후 HMM을 통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면서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에 네덜란드 방문에 동행한 것만으로도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펜오션의 대규모 증자, 인수금융으로 약 2조원 정도를 조달해야 하는데 연 8% 기준으로 해도 1년에 이자만 1600억원 정도인데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시된 바가 없다는 등 문제점을 쏟아냈다.

노조 측은 특히 하림 측이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HMM의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계열사 지원, HMM 주식 담보 대출 등을 동원해 사실상 HMM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입찰 금액·예정가격 모두 비공개···추측만 무성

이어진 토론에서는 매각 우려와 인수자금 조달 문제점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먼저 국오인 경실련 국장은 “최근 시장에서 특히 양사 주주들한테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이 매각이 정말 제대로 되고 호재였으면 주가는 그렇게 반응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림그룹이 27조원 가량의 HMM을 인수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하림지주만 봐도 현재 현금성 자산은 66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하림이나 산업은행 측에서 정확하게 밝히고 시장에서 철저히 검증받도록 해야되는 것 같다”고 반문했다.

이기호 육상노조 지부장은 영구채 문제를 거론하며 “2025년 4월에 영구채 중도 상환 기일이 도래해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영구채 조건에 따라 해당 기간을 넘기면 이자가 2배로 뛴다”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산은 측이 BIS 비율이 악화되면서 개선 목적으로 매각을 선택했다고 언급했는데 영구채 전환 시 불안해지는 지배구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어떠한 답도 없는 상황이다”라며 “6조4000억원이라는 입찰 금액에 대한 정보도 확인된 바 없다. 놀랍게도 산은 측은 매각 예정 가격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지부장은 기타 주주들의 1조3500억원에 대한 실권주 문제를 거론하며 “한 증권사가 인수하겠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지만 다 깜깜히 밀실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JKL사모펀드와 같이 또 다른 사모펀드가 등장하면 자본에 대한 간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풋백옵션으로 인해 사실상 그룹 전체가 해제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상기시켰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산은 회장님이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는 것도 아니냐고 말씀하셨지만 새우도 죽고 고래도 죽고 둘다 죽게 된다”면서 “지금 글로벌 해운사들은 종합물류, 원스톱 서비스를 위해 수십조원씩 투자를 하고 있는데 반해 HMM은 투자가 늦은 상황이다. HMM을 더욱 더 글로벌 선사로 키울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회사가 인수를 해야 하지 않겠다“고 반문했다.

정일환 영원NCS 무역물류컨설팅 대표는 ”아마도 산은과 해양진흥공단 측은 평균 운임이 큰폭으로 하락하는 점 때문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판단한다“면서 ”하지만 공교롭게도 12월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문제로 다시 운임이 올라가고 있어 HMM 수익성은 올라갈 터인데 중견그룹에게 넘기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전준우 성결대 교수는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 전망을 보면 2022년 대비 지난해 8.29% 증가했다. 2024년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량 발주된 컨테이너 선박들이 장기 해운시장 불황에 어떤 시발점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컨테이너 선복량이 과잉 공급이 된다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컨테이너 해외 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모두가 알수 있다. 단기적 운임 상승은 존재할 것”이라며 “다만 HMM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만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빠질 경우 유보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제시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영구채 취지와 달리 논란만···불안정한 매각 구심점

이어 패널들은 특히 이번 하림그룹의 행보가 사실상 무자본 인수에 가깝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좌장을 맡은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한국 해운산업의 흥망이 걸린 이번 매각을 금융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우리가 과거의 무자본 인수 사례를 여럿 알고 있다. STX그룹의 경우 신화적인 존재였지만 결국 형사처벌을 받았다. 특히 2만여명의 투자자 집단 소송이 8년만인 지난달에 대법원에서 승인이 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는 권 국장은 “현재 매각이 과연 급한 것이었나, 누구를 위한 매각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불투명하게 진행돼 왔다”면서 “투명하게 진행하고 인수 계획을 좀 더 제대로 밝히고 새로 제대로 된 테이블에 올려서 다시 해야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 전 실장은 “영구채 발행은 과거 현대상선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으면 다시 자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취지인 걸로 기억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영구채가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조장하고 있어서 사실상 대형회사들이 인수에 나서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영기업의 민영화 시에 준수해야 될 어떤 사항이나 세부적인 것까지 매뉴얼화 돼 있어야 한다”면서 “HMM의 장기적인 성장과 글로벌 해운기업으로서의 진입, 국민경제 이바지 등 이 세 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외에도 과거 포스코 방식의 국민기업으로 전환하는 방향성도 거론됐다. 특히 구 회장은 하팍로이드 같은 형태의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 회장은 “하팍로이드는 함부르크시가 지분 일부를, 민간 회사 2곳, 카타르 투자청, 사우디 국부 펀드, 독일 TUI 등 6곳의 민간과 공공이 균형 있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거버넌스를 해결하고 견제도 되면서 글로벌 투자를 가능한 유일한 곳”이라며 “한국형 하팍로이드 같은 형태를 모색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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