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작년 전국을 전세 사기의 공포로 몰아넣은 이른바 ‘깡통전세’의 여파가 사람들의 예상보다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대규모 피해로 인한 국가 재정의 손실뿐만 아니라 비(非)아파트와 전세 자체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이 촉발, 전체 거래 시장 흐름에도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날이 치솟고 있는 공사비로 아파트 분양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부동산 거래 시장의 활로가 돼 온 아파트매매마저 고금리 여파로 인해 큰 폭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비아파트 매물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인한 수요가 아파트 전세로 물 밀듯 몰아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매매가 줄고 전세가 늘어났다는 것만이 아니라 빌라로 대변되는 비아파트 물건의 기피 기조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선호현상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폭증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그냥 ‘빌라이기 때문에’, ‘빌라라서’라는 이유가 당연시되는 형국이 됐다.

일각에서는 빌라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당연하다는 식의 다소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주거 사다리의 한 부분이자 누군가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빌라의 가치를 단순히 부동산 매물로만 평가하는 것은 옳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필연적이게도 누군가는 아파트에서, 다른 누군가는 단독주택에서, 그리고 빌라에서 삶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온라인 지도 앱을 통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동네 근처만 돌아봐도 전국 각 도시에는 아파트보다 빌라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빌라는 분명한 주거의 한 형태이자 삶의 일종이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빌라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손해를 감수해야만 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환경이 좋더라도, 집이 마음에 들더라도, 마음에 드는 위치에 있더라도…. 수만 가지 장점이나 특색을 지녔다 한들 빌라라는 이름이 뒤에 붙게 되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이윽고 결국엔 포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지가 돼 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지표가 아파트로 향한다. 공급이 줄고, 공사비가 오르고, 각종 이유와 원인들로 아파트는 더욱더 몸값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보유 주택 수 제외’ 등의 각종 정책들을 연일 쏟아 내고 있지만, 이미 얼어붙은 시장 민심이 단기간에 회복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핵심은 부동산 자체의 가치에 있다.

빌라가 지닌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시장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택지가 빌라로 향하지 않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빌라가 시장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매물로 탈바꿈되지 못한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이제라도 수없이 많은 빌라들이 모여 있는 지역들의 의견을 모으고 그들의 필요를 찾는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수반돼야 할 때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집이 그 자체로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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