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대만 신베이시 반차오 운동장에서 열린 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선거 전야 마지막 유세 현장. [사진=연합뉴스]
12일 밤 대만 신베이시 반차오 운동장에서 열린 독립 성향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선거 전야 마지막 유세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홍콩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하방압력으로 작용 시 2021년 판매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대만 총통 선거 자체만으로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미국·대만vs중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불렸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승리했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차이잉원 현 총통과 같은 민진당이지만 친미·독립 성향이 더 짙은 인물로, 즉각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6대와 군함 4척을 포착했으며, 무인기 1대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공역에 진입했다가 되돌아갔다. 중국발 정찰풍선도 관측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자 홍콩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총통 선거 이후 첫 거래일인 15일 홍콩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25포인트(p·0.17%) 내린 16216.33로 장을 닫았다.

50개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홍콩H지수 역시 35.42p(0.65%) 떨어진 5446.52에 거래를 마쳤다.

혼조세로 마감한 중국 본토지수와 대비된다.

동기간 심청종합지수는 5.84p(0.33%) 내렸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4.31p(0.15%)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홍콩증시에서 더 많은 순유출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홍콩증시 내 외인 비중은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콩H지수 3년 그래프. [이미지=네이버 갈무리]
홍콩H지수 3년 그래프. [이미지=네이버 갈무리]

증권가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 자체보다 ‘미·중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 강도가 커질 순 있겠지만 이전부터 민진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일 바이두가 홍콩 증시에서 10% 급락한 이유는 대만 총통 선거 자체가 아니라 중국군과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기술 규제가 가속화될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의 여러가지 경제 상황이나 미·중 갈등 문제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홍콩지수는 금융·제조업 비중이 큰 중국 본토지수와 달리 IT 비중이 높아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직격탄을 받는 구조다.

한국은행의 ‘홍콩 주가지수의 하락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H지수는 IT 기업 비중이 37%(시가기준)로, 상해지수(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 “중국 본토 반도체 기업이 홍콩 증시에 많이 상장돼 있다 보니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할 때 (중국 본토지수 대비) 실질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만발(發) 악재에 H지수 ELS의 손실 확대도 우려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달 8일 첫 확정 손실 발생 후 12일까지 5일간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문제가 된 2021년 상반기 발행 H지수 ELS의 미상환 잔액은 15조3000억원으로, 이 중 11조3000억원이 만기 손실 위험을 안고 있다.

월별로는 △1월 8000억원 △2월 1조5000억원 △3월 1조8000억원 △4월 2조9000억원 △5월 1조4000억원 △6월 1조7000억원 △7월 1조2000억원이다.

발행금액 중 90% 이상의 ‘가입일 기준으로 H지수 50~60% 하락 시 손실 가능’ 조건을 볼 때 원금 손실 예상 금액은 3조~4조원대로 추산된다.

다만 성연주 연구원은 “총통은 민진당이지만 국회의원 수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많은 상황인 데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도 있어서 당장 (미·중 갈등 재확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미국 대선 이후) 올해 말이나 내년 이후 점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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