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완성차업계는 몇 해 전부터 ‘완전 전동화 시대’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과 이용 불편, 안전성 문제 등으로 나오자마자 쇠퇴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지난해엔 하이브리드에까지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기게 된 전동화 바람. 다시 대세를 이어가기 위해 브랜드, 정부 등 합심해 개선해야 나가야 할 시점이다. <편집자주>

① 이 돈 주고 안 살래···“전기차 콧대 낮춰야”
② 충전인프라·보조금 악화···“살 이유가 없다
③ 안전성 증명 최우선···소비자 설득이 관건

[사진=연합뉴스]
한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중인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지난해 기아가 야심차게 선보인 대형 전기 SUV EV9의 고전은 완성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시 당시 사전계약 1만대를 넘어섰다고 알려지면서 흥행몰이를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땐 지난 한 해동안 국내 8052대의 성적으로, 브랜드 판매순위 17위에 그쳤다.

◇1억원 호가하는 국산 전기차 현실성 떨어져 

업계에선 예상보다 너무 높은 출시 가격를 문제로 봤다. 시작가 7337만원으로 옵션을 더하면 1억원을 호가하는 가격대는 국산차, 특히 대중 브랜드 인식이 강한 ‘기아’의 모델로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8500만원 이상 가격에선 보조금을 아예 받을 수 없는 정책상 1억원에 달하는 가격책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형 전기차의 사정은 타 브랜드도 비슷하다. 지난해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는 지난해 1805대, 벤츠의 준대형 전기 세단 EQE는 2294대 팔렸다. 두 모델 모두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라인으로, 지난해 대형차 강세와 함께 흥행이 예상됐지만,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이렇듯 ‘전기차는 고가’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자체 보조금 포함 500여만원에 달하는 보조금마저 받지 못하는 고가 차량의 경우 구매 매리트는 더욱 떨어지는 상황. 이에 수년간 급증하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고, 소비자 구입 의향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유독 고가인 이유에 대해 핵심 부품인 고용량 배터리 자체의 가격 단가가 워낙 높은 데다, 향후 유지비가 적기 때문에 차량 구입 시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데 저항이 적고, 고가의 사치품적인 성격도 있어 기업이 의도적으로 고가 판매를 시도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안은 ‘저가형 LFP 배터리···’ 가격 확 낮춰

반면 상대적으로 저가인 LFP(리튬인산)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대폭 낮춘 ‘가성비 전기차’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그동안 LFP 배터리의 단점으로 여겨진 것은 낮은 배터리 효율과 무게였다. 기존 프리미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고 무게는 무거워 한계가 컸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 보완된 제품이 지속 출시되면서 판매 효과를 보고 있다. LFP 배터리 덕을 본 대표적인 모델은 의외로 ‘테슬라’에서 나왔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RWD)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넣어 가격을 확 낮췄다. 해당 모델은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면 4000만원 후반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국내에선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가 BYD LFP 배터리를 달고 나와 화제가 됐다. 가격은 3000만원대부터. 전용 전기 중형 SUV로는 매우 낮은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 니로 EV엔 중국 기업 CATL의 배터리를 달았고, 경차 기아 레이 전기차에도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췄다.

◇앞으로 가격경쟁 더 치열···EV시장 재편 필수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의 사활적 가격경쟁으로 인한 전기차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회복을 위해선 국내외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며 “가격 외에도 상품, 기능, 인프라, 서비스 등 전 측면에서 사활적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소수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여겨지는 한국시장은 더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적자생존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자료 기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3만1000대에서 7만1000대, 12만4000대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11월 기준 10만5000대로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11만6000대) 대비 10%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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