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사진=SK그룹]
유정준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사진=SK그룹]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가 개막하면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뿐만 아니라 재계 오너가 3·4세들이 대거 참관에 나서면서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신년사를 통해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한 신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고 승계를 앞둔 후계자들 역시 발판 마련을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CES 2024 개막에 맞춰 속속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SK그룹은 올해 CES에서 그룹 통합 전시관을 마련해 그룹 차원의 친환경 기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이어 올해도 직접 현장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자마자 독일 대표 IT 기업 지멘스의 기조연설을 참관하는 등 현지 활동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에서 진행하는 롤랜드 부시 지멘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지멘스의 키노트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이에 재계는 지멘스와의 추가적인 협력을 위한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지멘스의 매플리케이션 수명 주기 관리 솔루션인 'Polarion ALM'을 도입해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로 ASPICE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을 획득하는 등 지멘스와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CES에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등 경영진을 함께 대동해 국내외 주요 기업관을 둘러보고 글로벌 기업과 AI 협력방안, 넷제로 사업 등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정의선 회장 기술 트렌드 섭렵···미래 비전 제시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미디어데이를 통해 수소 사회를 앞당길 'HTWO 그리드(Grid)' 솔루션과 그룹의 중장기 SW 전략 'SDx'를 공개하는 등 수소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수소는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라며 수소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자동차회사가 IT기업보다 더 IT다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안전을 위해 IT를 자동차에 많이 접목하고 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CES에서 현대차그룹 전시에 대해 “모빌리티는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도 있고 수퍼널의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도 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타 업체 전시도 꼼곰히 챙겨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경영진도 대거 CES 현장을 찾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2년만에 CES에 집결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대인 임직원 1000명을 참관단을 꾸렸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CES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LG그룹 등은 그룹 총수가 직접 참석하지 않는 대신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해 주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을 필두로 삼성 경영진들이 이번 CES에서 ‘모두를 위한 AI’를 슬로건으로 AI 기술이 내재된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와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은 삼성전자 부스에서 협약식을 열고 AI 기반 SDV 플랫폼 개발과 전장용 시스템온칩(SoC) 및 오토 제품 확대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오른쪽 세번째).[사진=GS그룹]
허태수 GS그룹 회장(오른쪽 세번째).[사진=GS그룹]

LG그룹도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위시해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 등 계열사 CEO들이 'CES 2024'에 참석할 전망이다.

조 사장은 지난 8일 LG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했다”면서 “공감지능은 고객이 삶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주는 기술과 책임감을 갖춘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AI 시대에도 AI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고객을 위한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약속”이라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두산그룹 주요 경영진도 이번 CES를 참관하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이번 행사에서 ‘지속가능하고 더욱 안전한 미래를 위한 기술’을 주제로 무탄소 토털 에너지 솔루션과 AI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이에 발맞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4년만에 CES 현장을 방문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살피고 미래 사업 방향 모색에 나선다.

올초 신기술 투자와 신사업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한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CES를 찾았다. 그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인텔, 아마존,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전시관을 두루 살필 예정이다. 특히 허 회장은 AI와 로봇 등의 기술이 에너지, 유통, 건설 산업 분야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역시 계열사 경영진, 지난해 우수한 사업 성과를 거둔 임직원들과 참관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전기 규모를 키우고 참가 인원을 확대하는 등 CES에 대해 공을 들이는 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시점이자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신년사 등을 통해 올해 경영 목표로 일제히 ‘신사업 성장’을 제시하는 등 침체돼 있는 글로벌 경기 등을 감안했을 때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후계자들도 이번 CES 2024를 통해 승계 및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신사업 구상, 재계 총수들 속속 CES로···3·4세들도 합류

우선 지난해 CES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구현을 위한 바다의 관점과 활용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발표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올해 국내 비가전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맡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건설에 대한 종합 혁신 전략 및 비전을 소개한다.

특히 그는 이번 CES 기조연설을 통해 차기 총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활발한 글로벌 경영 행보는 HD현대의 경영 승계를 한층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3세들 역시 대거 CES현장을 찾는다.

롯데그룹의 신유열 전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에 출격한다. 그는 지난해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으며 지주사에 전격 합류했다. 신 전무는 롯데그룹의 미래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올해 롯데 부스를 넘어 리테일테크와 AI 등 유통업 전반에 걸친 기술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AI 혁신을 주문한 만큼 AI트랜스포메이션 차원에서 도입할 만한 기술 역시 직접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사진=HD현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석한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레저 사업을 도맡아하고 있고 지난해 한화로보틱스 신사업과 최근 ㈜한화 건설부문의 해외부분을 맡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더욱이 그는 다른 형제들에 비에 뒤늦게 경영에 합류한 만큼 경영능력 입증 및 사업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CES를 통해 김 부사장은 다양한 푸드테크 분야뿐만 아니라 로봇 기술 등을 챙겨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그룹 내 유통과 신사업 분야에서 역할을 본격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번 CES가 푸드테크 정점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푸드테크를 주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74개 기업이 전시 부수를 마련해 다양한 기술과 제품 등을 선보인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의 전병우 상무도 승진 석달여만에 CES를 찾는다. 그는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자다.

전 상무는 지난해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 선포식을 통해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장하는 식푸드케어의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더 나아가 푸드케어의 개념을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며 미래 신사업으로 푸드케어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번 CES에서 웰니스와 푸드테크, 디지털헬스, 피트니스테크와 관련된 부스를 살펴볼 예정이다. 전 상무는 AI와 로봇, 3D프린트 기술 등을 그룹에 적용할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워홈의 구지은 부회장도 장재호 비즈니스전략본부장, 김기용 글로벌사업부장, 차기팔 기술경험혁신본부장 등 임원, 실무진을 데리고 CES 참관단을 구성했다.

구 부회장은 아워홈이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과 푸드테크, AI 등 최첨단 기술 도입‘에 방점을 찍은 만큼 이번 CES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아워홈은 일반적인 식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IT와 푸드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식음업계의 테슬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CES가 글로벌 기술의 최 정점을 경험할 수 있는 만큼 승계를 준비하는 오너가 3·4세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아직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고 신사업을 통해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접목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여전히 기업들로서는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 CES의 메인 주제로 꼽히는 AI의 활용 여부가 향후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