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90% 이상이 미용 목적에 해당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치료 목적이 더 크다. 국내 기업들이 적응증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은 ‘국가핵심기술’에 있다. [사진=Freepik]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90% 이상이 미용 목적에 해당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치료 목적이 더 크다. 국내 기업들이 적응증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배경은 ‘국가핵심기술’에 있다. [사진=Freepik]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해외 성과 창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고심에 빠졌다.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것이 오히려 수출길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상황 속 중국 기업들이 활발히 시장에 진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가핵심기술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제외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규모는 2022년 약 72억 달러(9조5000억원)에 달했다. 또 연평균 11.5% 성장해 2030년에는 약 20조원까지 몸집을 키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은 90% 이상이 미용 목적에 해당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치료 목적이 더 크다. 국내 기업들이 적응증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보툴리눔 톡신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골자는 ‘국가핵심기술’에 있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전 또는 경제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지정된다. 핵심기술을 외국 기업에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위반 시 처벌받을 수 있다.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주장하는 기업들은 산업부의 기술자료 보안 심사가 수출에 부담을 준다는 입장이다. 해외 품목 인허가 때마다 심사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또 톡신 자체가 연구개발을 통해서가 아닌 자연에 존재하는 균주인바 제조 공정도 공개돼 있어 국가핵심기술로서의 가치가 낮다고 호소한다.

반면 보툴리눔 톡신을 국가핵심기술로 유지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균주라 하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해 기술보호가치가 높다는 이유다. 공개된 제조공정도 연구단계에 그쳐 상업화를 위한 제조공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서는 지정 해제가 아닌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의 적극적인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진출은 이같은 공방에 더욱 불을 지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현지 바이오기업 JHM 바이오파마, 글라루비스 바이오텍 등이 자국 임상을 순탄히 이어가자 머지않아 중국 자체개발 보툴리눔 톡신 2·3호가 상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국내 기업에서 해외 진출에 공을 들여왔는데 주요 승부처 중 하나인 중국이 자체개발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를 눈앞에 둠에 따라 이것이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수출길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논란 속에서도 기업들은 보툴리놈 톡신의 해외진출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먼저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자사 보툴리눔 톡신 ‘ABP-450’의 만성 편두통 미국 임상시험 2상 환자 등록을 마쳤다. 올해 3분기에 임상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메디톡스는 미국 현지 법인 ‘루반타스’를 설치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루반타스는 MT10109L의 북미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했다. 향후 히알루론산 필러 및 더마 코스메틱 등의 시장 진출도 맡을 예정이다.

휴젤도 한 차례 좌절을 겪었던 미국 시장에 다시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휴젤은 지난해 8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 50·100유닛에 대한 FDA 품목 허가를 재신청했다. 2022년 10월 레티보 2개 제품에 대한 품목 허가를 신청한 바 있지만 지난해 4월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휴젤은 공장설비 및 일부 데이터의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약 6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국내 제품들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이른바 훌륭한 가성비로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자국 보툴리눔 톡신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미국에 조속히 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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