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CEO. [사진=삼성전자]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CEO.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미국의 대중국 고강도 견제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주 상승랠리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 ASML의 중국향 수출을 틀어막자 ‘수출 규제’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며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그동안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기업의 ‘큰 손’이었다. 

◇ 대중 수출 규제 리스크 ···삼전 등 연일 하락

반도체주는 올해 들어 연일 하락세다.

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1.35% 내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15개 기업만을 모아놓은 ‘KRX 반도체 Top 15’도 2.59% 미끄러졌다.

동기간 삼성전자는 ‘8만전자’ 목전에서 하락 전환해 2.42% 내렸고, SK하이닉스는 3.60% 떨어져 13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한미반도체(-4.38%), HPSP(-1.60%) 등 소부장주도 하락곡선을 그렸다.

ASML의 중국향 수출 금지가 악재가 됐다.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과 합심해 ASML의 중국 수출길을 틀어막으면서 새해 첫날부터 ‘대중국 수출 규제’ 피로감이 고조됐다.

앞서 미국은 미국산 부품 포함 시 ASML의 장비 수출을 미국이 제한할 수 있도록 새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보폭을 맞춰 일부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조치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필수 장비(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 기업인 만큼, 해당 조치는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최근 한 달간 ‘KRX 반도체’ 지수 변동. [그래프=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갈무리]
최근 한 달간 ‘KRX 반도체’ 지수 변동. [그래프=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갈무리]

◇ 주가 상승 기대는 여전···온디바이스 AI 성장이 ‘촉매제’

그럼에도 ‘9만전자(삼성전자 주가 9만원대)’ ‘15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15만원대)’ 기대감은 여전하다.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3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가운데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가 촉매재로 지목되고 있다.

코트라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IT경기 회복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서버, 데이터 센터 등 수요가 증가해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액 증감률을 보면 지난해 1분기 40.1%, 2분기 34.8%, 3분기 22.6% 등 적자 폭이 줄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11월(12.9%) 플러스 전환 이후 12월 21.8%로 증가 폭을 더욱 키웠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생산·출하가 바닥 대비 개선되고 있어 업황 턴어라운드 조짐을 관찰할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은 작년 AI 투자를 필두로 반도체에 우호적 시각을 반영한 바 있는데, 올해는 업황 턴어라운드에 따라 반도체 내에서도 갭 메우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년 전 와이파이 플랫폼이 노트북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수요를 크게 견인했듯 올해부터는 온디바이스 AI가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PC,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반도체 생태계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의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향 수출 감소는 불안요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회복에도 12월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2.9% 역성장세를 지속했다”면서 “국내 경기와 증시의 강한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기의 본격적 반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간 회복세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국내 수출경기의 강한 모멘텀도 유지되기 쉽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정책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글로벌 자금의 차이나 런 현상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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