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 태영건설이 채무 만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에 경제계 안팎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유동성 악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화마(火魔)’가 자칫 관련 업계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들로까지 번질 수 있어 당국 차원의 진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대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 근간이 흔들리는 대위기가 찾아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금융계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그러할 가능성은 적다.”

금융기관들의 규모나 자금 보유량 등을 종합해 고려해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관련 금융사들에게서 대손충담금 문제 등으로 일정 수준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유관업계를 제외한 은행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규모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보다는 태영건설의 주요 사업들과 연관돼 있는 하도급 기업 등 유관업계의 피해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 발발 시점이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기업이 채무이행 능력이 부족해서, 사업이 어려워서 내린 결정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최근 김건희 특검법과 국방부 독도 분쟁지역 표기 사건 등으로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건설사들의 PF 부실 사태 진화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만약 태영건설이 무너진다면 총선 민심에 불을 지피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PF 부실 리스크 관련 현안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회의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직전인 지난달 26일에 진행된 점, 부실징후기업의 신속한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부활 시기가 태영건설의 유동성 악화 의혹이 제기된 시점과 맞물린 점 등 여러 요소가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태영건설과 당정 간의 상호 협의를 통한 사전 포석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워크아웃 신청 즉시 채권단 소집과 함께 채권재조정 절차에 착수하는 등 전례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엄청난 속도로 일처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총선 이후 PF 부실의 재발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PF 부실의 책임을 떠안은 정부 입장에선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작금의 사태를 언제까지고 손을 놓은 채 관망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PF 부실을 해결할 공격적인 대응에 나설 시기는 필히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외적으로 알려진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시기를 조율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는 단순 채무보증 문제를 넘어선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대규모 경제 네트워크 속의 숨겨져 있던 일각이 비로소 시장에 드러난 사건이다.

하나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빌딩을 짓기 위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과도하게 투입된 예산과 그러한 방식으로 조성된 수많은 현장에 얽혀있는 금융·채무들의 실타래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그렇기에 총선 전야의 시점에서 정권의 이해관계로 점철된 미봉책 수준의 대책이 아닌, 부실의 진정한 원인인 건설업의 비대화를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절실하다.

태영건설 하나 살리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건설업의 튼튼한 기반을 새롭게 다지고 뿌리에 영양을 골고루 이를 수 있게 만들 말 그대로의 ‘근본(根本)’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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