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윤석열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식화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세 부담 경감을 통한 증시 부양 기대감은 긍정적이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의 훼손과 함께 세수 감소에 따른 증권거래세율 상향 등이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2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일환으로 도입했다. 당초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 정부 집권 이후 2025년으로 2년 유예됐다.

금투세 도입 시 주식·채권·펀드를 비롯한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는 배경에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있다.

정부는 ‘큰 손 투자자의 세 부담 경감→증시에 풍부한 자금 유입→증시 부양’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종목당 10억→50억원) 결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국회는 2022년 말 국회에서 금투세를 2년 유예하는 대신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조정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1년 만에 파기됐다. 

한국거래소. [사진=염보라 기자]
한국거래소. [사진=염보라 기자]

증권가는 증시 부양에 긍정적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 폐지는 주식시장을 타오르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면서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눈치만 보던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진입하고 시중 대기자금이 들어오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 역시 “증권 쪽에서는 호재가 확실하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증권거래세 폐지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증시 활황을 위해서는 금투세 폐지가 답“이라고 했다. 다만 “시장에 계속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세 원칙 훼손이 우려된다.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금투세 백지화를 요구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달리 증권거래세를 매기기 때문”이라면서 “증권거래세를 두고 금투세를 폐지하는 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훼손하는 것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을 보면 거래세가 없고 소득에 과세를 한다”면서 “소득에 대한 세금을 걷는 게 원칙이고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주식 소득 5000만원 이상 투자자가 내야 하는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절대 다수가 해당되는 증권거래세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앞서 금투세를 신설하는 조건으로 증권거래세율 단계적 인하를 결정했기 때문에 금투세가 폐지되면 증권거래세율이 재조정될 것”이라면서 “어떤 방향성이 맞는지 진지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금투세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실제 이행에도 의문이 남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세수 감소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후 3년간 4조328억원 세수 확대를 예상했다. 정부 예고대로 금투세 폐지 시 4조원가량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양 의원은 “정부가 여야 합의된 사항을 파기하고 있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도 없이 세수 포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백 교수는 “현 정부는 부동산, 주식투자 등 쉽게 말해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줄이고 있는데 그럼 결국 근로소득에서 보완할 수밖에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더 많은 부담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 정부에서 결정하고 국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데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국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인정해주는 게 옳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정의정 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선진국 자본시장은 어린아이와 성인만큼 극수가 다르기 때문에 선진국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면서 “몸에 맞지 않는 제도를 잘못 들여오면 1989년 대만이 그랬듯 지수가 폭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도입은 우리 증시 체력이 회복된 이후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순자산 비율이 선진국의 3분에 1, 신흥국의 2분의 1(2022년 말 기준) 수준으로 저평가 돼 있는 환경에서는 시기상조”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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