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 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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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정부가 차세대 에너지 주력 산업으로 태양광‧풍력이 아닌 수소 산업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수소경제 지원금을 대폭 늘리자 한국 정부도 뒤늦게 대규모 예산 편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이하 신재생기술개발사업)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17.5% 늘어난 3217억원이다.

산업부가 기재부와의 조정을 거쳐 요구한 예산액은 3187억원이어서 정부안보다 늘었지만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태양광·풍력 예산보다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수소·연료전지 예산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 2024년 신재생기술개발사업 예산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합한 액수는 1094억원으로 지난해 1412억원보다 줄었다. 반면 수소·연료전지는 2023년 1196억원에서 1201억원으로 늘었다.

단순히 예산 증감의 방향만 바뀐 것이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예산이 태양광·풍력 예산보다 107억원 더 많아졌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달 18일 개최한 ‘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민·관이 함께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 방안△수소산업 소부장 육성 전략△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 등이 의제에 올랐다.

이날 정부는 연평균 10% 이상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액화수소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며, 액화수소가 운송과 저장이 용이해 수소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특히 청정수소 인증제를 신속히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4kgCO2eq(이산화탄소환산량)면 2024년부터 정부의 청정수소 인증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청정수소 인증제는 단계적 온실가스 감축 유도를 위해 1~4등급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수소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0.1kgCO2eq는 1등급, 1kgCO2eq이하는 2등급, 2kgCO2eq는 3등급, 4kgCO2eq는 4등급으로 나뉜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를 생산·수입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로 수소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 정부, 청정수소 인증제 등 관련 제도 정비 나서

이같이 정부가 수소산업 관련 법제화와 예산 투입에 서두르는 이유는, 해외 각국이 앞다퉈 수소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내 청정수소 생산 시 1㎏당 최대 3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잠정 가이던스에는 △수명 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적격 청정수소 △적격 청정수소 생산시설 등 법령의 주요 용어 정의와 수소 생산 공정의 배출량에 따른 청정수소 생산세액공제 기준이 담겼다. 또 보조금을 요건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1㎏당 60센트에서 3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구분했다.

이번 세액공제안에 따르면 오는 2033년 이전에 착공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정부는 수소 생산시설이 가동되는 날부터 10년간 보조금을 지원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수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북미·중동·호주 등에서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인데 미국이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 등 지원책을 발표한 이상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 요건과 수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모델 등에 해당하는지 세액공제 여부를 분석하고 미국 내 청정수소 프로젝트 추진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국내에도 첫 청정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들어선다. 경기도는 지난달 20일 경기도청에서 김동연 경기지사와 윌버목(Wilbur W. Mok)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 아시아대표, 정장선 평택시장과 경기도 평택시 포승지구에 수소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에어프로덕츠는 세계적인 산업용 가스 생산 전문기업이자 글로벌 수소 공급 기업이다.

협약에 따라 에어프로덕츠 코리아는 포승지구 5만5156㎡(1만6680평)에 그린수소(무탄소 수소) 생산공장을 2024년 상반기에 착공해 오는 2026년 12월 준공, 2027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 국내 액화수소플랜트 준공 본격화···수소산업 첫 발 딛어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액화수소플랜트를 추가로 준공, 올해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남 창원에 건설된 두산에너빌리티 액화수소플랜트에서는 이미 하루 5톤, 연간 1800톤의 수소를 생산 중이다. 지난해 말 인천에 준공을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간 SK E&S의 액화수소플랜트와 올해 상반기 울산에 준공 예정인 효성중공업의 액화수소플랜트도 차례대로 가동돼 액화수소산업에 시동을 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극저온상태인 영하 253℃로 냉각해 액화한 수소로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 1로 줄고 1회 운송량이 약 10배 수준으로 늘게 돼 대용량 저장·운송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충전 속도가 빨라 같은 시간에 기체수소 대비 약 4배 이상 빠르며 고압 압축이 필요한 기체수소와 달리 대기압 수준에서 저장할 수 있어 폭발과 화재 위험이 낮아 높은 안정성도 확보된다.

이러한 장점에도 관련 업체들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법과 제도, 규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액화수소를 팔기 위한 유통인프라 확보와 수요처 발굴 등의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정부는 수요창출, 기반조성, 기술개발 등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역량에 올해 예산을 대규모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는 1회 수송량에 한계가 있어 생산기지서 충전소까지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고, 수송과정서 수소를 영하 250℃ 상태로 냉각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며 “생산지 근방에서 생산된 수소를 제때 소비하기 위한 충전소 등 인프라가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다만 아직 산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와 법제화를 서둘러주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역할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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