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올 한해 높은 성장세를 보인 이차전지 산업이 오는 2024년에는 주춤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기조와 기존 자동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 경기침체 등이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 감소 폭이 확대돼 다음해 상반기까지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0개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 등과 조사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에서 이차전지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2024년 이차전지 산업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자리한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 전기차 수요가 최근 들어 갈수록 줄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 전기차 재고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기차 재고(테슬라‧리비안 제외)는 114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53일분보다 두배 이상으로 4분기 연속 상승세다. 또 전체 자동차 재고 71일분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전기차 재고 증가는 기존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 미국 내 전기차 재고량 갈수록 급증

전기차 수요 위축세가 본격화하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포드는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2024년 생산 목표를 주당 3200대에서 1600대로 50%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 SUV 쉐보레 이쿼녹스와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 전기차 생산을 연기했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가장 투자를 늘리고 합작사 운영을 활발히 진행하는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줄고 있어 당분간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는 꺾일 것”이라며 “다만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오는 2032년까지 신차 중 67%를 전기차로 판매야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전기차의 중장기적 수요는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의 불똥은 국내 업체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까지 북미 시장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완성차업체와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 및 튀르키예 기업인 코치와 튀르키예 현지 전기차 이차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코치사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공시에서 “앙카라 지역 배터리 셀 생산 투자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현재 전기차 전환 속도가 배터리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지난 2월 발표한 MOU를 취소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온도 탄력적으로 공장 가동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개최된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전반적인 공장 가동 시점과 새로 짓는 공장 가동 시점을 일부 조정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정치‧정책 상황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번달 초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세부 규정 초안을 발표하자 휘청였다. 이후 중국과 합작법인을 만들었거나 설립 예정인 국내기업들이 관련 법안을 맞춰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이미 분주히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2024년은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향한 강경한 태도를 일년 내내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상된 정치 일정인 만큼 기업들이 철저히 준비해야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2024년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공화당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다면 국내 업체들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다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차전지에 대한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2024년 하반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 축소와 같은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美 정치 구도에 배터리 업계 불확실성 확대

한편 2024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 문제가 꼽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천연흑연의 중국 의존도는 96.4%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이산화망간 중국 의존도는 73.1%에 달한다.

이미 중국 정부가 일부 형태의 흑연에 대해 지난 1일부터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중국이 국내기업들을 겨냥해 핵심광물 공급 통제를 압박해오면 이차전지 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도 최근 이차전지 기업들과 협의를 계속하며 핵심광물 공급 해결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광물·소재·완제품 등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향후 5년간 약 38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차전지 핵심광물 공급망 내재화를 위해 재활용 업체의 사용 후 이차전지 보관·처리 가능 기간을 3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중국이 아닌 공급망 구축이 근본적인 처방이란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를 차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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