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태영건설,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태영건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시공능력평가 16위의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유동성 악화에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을 선택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시장을 덮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134조에 달하는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시장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사를 상대로 한 금융권의 대출 규모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건설업계의 유동성 악화 정도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고강도 구제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혹시 모를 연쇄부도 가능성에 대비한 금융시장의 안정 조치 확대 및 종합지원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 미치는 추후 여파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결국 터진 PF 뇌관···워크아웃 쟁점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관리 아래 대출 만기 조정, 신규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9일 관련 업계 및 태영건설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PF 대출 상환이 어려워짐에 따라 워크아웃 신청을 단행, 한국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약 4조4100억원,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약 3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우발채무는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으로, 28일 기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과 관련해 48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전날부터 이틀간의 태영건설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전날부터 이틀간의 태영건설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계에는 부동산 PF에 따른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21개 건설사의 8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22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보다 약 29% 증가했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해당 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건설업계 전반으로 자금 경색 현상이 확장·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의 경우 종합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수의 건설사들과 하나의 협력업체를 공유하는데, 이번 워크아웃 사태로 해당 협력업체를 공유하는 다른 건설사에까지 유동성 악화의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종합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핵심은 ‘일부 건설사들이 사정이 어려워져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업계 전반에 들이닥칠 진정한 위기의 전조라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분석한 것처럼 태영건설이 사업 규모에 비해 PF를 과도하게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유동성 악화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소식에 금융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국내 은행권에서 빌린 차입금 규모는 총 7243억원이다. 일반·시설자금과 PF대출이 포함된 장기차입금은 4693억원,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대출인 단기차입금은 2250억원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장·단기차입금 2002억원으로 가장 많이 빌려줬으며, 다음으로 국민은행 1600억원, 기업은행 997억원, 우리은행 720억원 순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저축은행·증권사 등도 PF대출을 제공했다. 한화생명보험 845억원, IBK연금보험·흥국생명 각각 268억원, KB증권 412억원, 용인중앙새마을금고 359억원, 신협중앙회 397억원 등이다.

 


◇업계로 번지는 ‘불길’, 하도급 부도부터 막아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선택에 따라 가장 큰 피해가 불가피한 곳은 다름 아닌 협력업체들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관련 협력업체는 총 581곳으로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태영건설은 협력업체에 대한 하도급 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모두 상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자금 애로는 가중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태영건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자체사업을 제외하고 건설부문 55개 사업장, 건축사업본부 내 76곳의 사업장을 운용하고 있다.

현재 정확한 협력업체 수를 확정하긴 어렵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등록 외주협력사는 700여 개 업체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동반협약사 수 또한 25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급 대금 의무가 남아 있어 이번 워크아웃에 따른 피해가 협력업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태영건설 협력업체들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다 부실이 일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없다면 면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날 시중은행·지방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업권별 협회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 같은 내용들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에는 ‘패스트 트랙’(채권은행 공동으로 만기 연장·상환 유예·금리 인하 등을 신속 결정)을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거나 갑자기 자금을 회수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과도한 불안 차단을 위해 업권과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견된 징조에 정부·금융권 전방위 대응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은 앞선 부도설과 유동성 악화설, 최근의 워크아웃설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전면 부인하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워크아웃 직전인 27일까지도 각 언론사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워크아웃 신청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철저한 사전 경계 태세에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실징후기업의 신속한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부활 자체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지원을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사전 포석이 아니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부동산PF 부실 리스크 관련 현안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회의에 나서는 등 시장 불안 대응을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로 인한 여파를 우려하는 당정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과 관련, 정부가 8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 확대를 시사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기존 8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필요한 경우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시장 안정조치는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50조원+α’ 수준으로 가동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건설사 지원 조치가 순차적으로 추가돼 현재 85조원 수준”이라며 “필요시 추가 확대해 시장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필요에 따라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계획도 추가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산업은행은 신청 사유,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자구계획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 통지하고 2024년 1월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해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도 강조했다. 정부는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엔 유동성을 적시 공급하고,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사업장 재구조화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관련,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가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이며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금융권 스스로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엄정한 구조조정 원칙을 견지하며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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