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한국전력이 20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빼든 카드는 발전자회사 옥죄기였다. 업계에서는 때마침 오는 2024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자 한전 자회사 중간배당 요구가 좋은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7개 발전자회사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한국동서발전을 시작으로 오는 29일 한국중부발전까지 자회사들은 연이어 이사회를 열어 한전이 요구한 중간배당액을 의결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1조5600억원, 한국남동발전 3049억원, 한국남부발전 2930억원, 중부발전 2916억원, 한국서부발전 2916억원, 동서발전 2989억원 등이다. 한전이 1대 주주인 한전KDN에 요구한 금액은 1600억원에 달했다.

자회사들은 현 재무 상황에 비춰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큰 부담을 느낀다.

한수원은 지난 9월말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1조원 남짓한 수준이다. 한전이 요구한 1조56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 중 상당 부분은 경상비 등 운영비여서 중간배당이 확정되면 한수원은 중간배당 재원의 상당 부분을 추가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확보할 수밖에 없다.

◇ 발전사들 속속 중간배당 의결에 자회사 반발도

발전자회사들이 비슷한 사정을 호소하는 가운데 동서발전이 가장 먼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299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 안건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동서발전 이사회에서는 한전의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해 이번 중간배당을 통과시키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한전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2024년에는 연간 정기 배당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또 남부발전노동조합은 지난 26일 ‘발전사 주머니 털어먹는 꼼수가 한전의 묘수인가’란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발전공기업에 대한 중간배당과 역대급 배당이 폭탄 돌리기 이자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남부발전노조 측은 성명서에서 발전공기업 현금성 자산을 모두 더한다고 하더라고 배당이 역대급이라서 빚을 내 한전에 배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전의 빚 탕감을 위해 발전공기업이 새로 빚을 내야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김종우 남부발전노조 위원장은 “경영진은 한전 눈치만 보고 있고 빚 증가 등 경영악화를 방조하고 있다”며 “한전이 주식 100%를 소유한 거대주주라지만 경영 이익금을 넘어서는 수준의 과도한 배당은 배임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적자에 허덕이는 발전공기업이 배당을 결정한다면 경영을 포기하는 행위이자 명백한 배임 행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도 진통 끝에 지난 27일 저녁 7시를 넘겨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액을 의결했다. 당초 한수원 내부에서는 동서발전과 같이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담은 조건을 한전측에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을 넘긴 이사회 논의 과정서 결국 조건없는 중간배당이 결정됐다. 한수원은 다른 발전자회사보다 재무 상태가 더 좋지 못해 한전 측에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수원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수원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자회사들의 볼멘소리에 한전은 지난 21일 확정된 2024년 1분기 연료조정단가 kWh당 5원 적용으로 전기 수요가 가장 많은 1~3월에 전기요금이 동결돼 적자 규모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한전 관계자는 “2024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한전 재무상황과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2023년 4분기와 동일하게 적용한다”며 “정부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5조8000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32조6000억원 손실을 본 한전은 현재 누적 적자가 45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현 정부 들어 40% 정도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도 약 6조원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 이번 중간배당 없이는 더이상 채권 발행도 힘든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한전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데 올해 합계 총액은 약 20조9000억원이었다. 합계 금액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발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 발전자회사들, 중간배당 1회성 이벤트 아닐까 우려

하지만 오는 2024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올해 손실 예상액 6조원을 반영하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가 약 14조900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채권 발행 한도 역시 74조5000억원으로 줄어드는데 이미 발행한 채권 잔액이 79조6000억원에 달해 현 상태를 방치하면 추가 채권 발행도 불가능하고, 5조원에 달하는 빚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같이 파탄 난 한전 재무구조가 발전자회사들이 이번 중간배당을 1회성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면 자회사들 정관 변경까지 요구하면서 배당금을 중간정산을 받겠냐”며 “다음해 총선 전까지 전기요금 인상 없이 버티기 위해 자회사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최근 이사회서 중간배당을 통과시킨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모두 어려운 시기에 자회사들도 힘든 건 사실이지만 국가 기간산업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모기업인 한전의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사회서 중간배당 의결을 결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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