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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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자녀인 삼형제를 중심으로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김동관 부회장을 주축으로 사업군별 교통정리를 마치고 제각각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가장 늦게 합류한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잇달아 승진과 함께 자신의 주력 사업의 지분을 넓히는 등 승계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확보하며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사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관련 사업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18일 한화솔루션을 제치고 한화갤러리아 2대 주주가 됐다. 지난 20일 기준 보유한 전체 주식수는 289만3860주로 지분율 1.47%다. 최대주주는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로 36.15%를, 한화솔루션이 1.3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지배력 강화를 위해 수백만주의 주식을 매입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월 한화솔루션에서 분할해 신규 상장했으며 김 부사장은 지난 4월 보통주 5만주를 장내 매수로 취득한 것을 필두로 지난 5월 35만3860주, 6월 18만주, 7월 11만주를 취득했다.

특히 주가가 1000원대로 하락하자 지난 10월부터 매입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0월 60만주, 지난달에는 103만주, 이번달에 지난 20일까지 66만주를 사들였다.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데는 30억원 가량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주식 매입에 대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주식을 계속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유통과 리조트 부문을 전담키로 하면서 관련 사업에 대한 영양력 확대 및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한화그룹이 삼형제간 사업 영업에 대한 교통정리가 끝나면서 각자 영역에 대한 입지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부사장은 경영전면에 합류한지 2년 만인 지난달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달 공식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 담당도 맡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김 부사장, 한화갤러리아 주식 매입···책임경영·승계 한손에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한 지주사인 ㈜한화를 중심으로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인 김 부사장을 두고 사업군을 재편해 왔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방위산업, 에너지, 한화솔루션, 한화오션 등을 맡았고 김 사장은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을, 김 부사장은 유통과 리조트 계열로 정리됐다.

더욱이 김 부회장의 위상이 확고히 자리잡으면서 그룹 내 체제 역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온 ㈜한화 지원부문의 임원이 잇달아 이탈하는 등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원부분은 그룹 내 베테랑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2018년 7월 신설돼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경영기획실을 대신해 만들어 졌다. 수장은 금춘수 수석부회장이 출범 이후 지금까지 맡고 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계열사 및 자회사 관리를 담당하고 여기에 지배구조와 승계, 인수·합병(M&A)을 비롯해 각종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원부분 임원은 한때 10명에 이르렀지만 현재 3명으로 줄었다.

장연성 상무가 12월 초 한화오션으로, 이상현 상무가 지난 10월 한화시스템으로, 권혁웅 부회장이 지난 5월 한화오션 대표이사로, 박지철 전무도 지난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동했다.

남아있는 3명의 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지분부문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는 김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이 마무리를 향해가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그간 지원부분은 김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왔는데 그림이 모두 완성된 상황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계열사의 현안을 직접 살피고 조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형제간의 사업 승계에 대한 개편이 마무리돼 가면서 마지막 남은 김승연 회장의 지분 승계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주회사인 ㈜한화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으로 보통주 22.65%, 우선주 6.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김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고 있다.

반면 김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 4.6%, 김 사장은 1.6%, 김 부사장 1.6%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경영 승계를 완성하기에는 지분율이 낮은 상황이다.

향후 삼형제가 확실한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막대한 증여세가 부담스럽다는 게 재계 얘기다.

이에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 부회장 등 삼형제가 지배력을 갖춘 한화에너지를 ㈜한화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이 지분 50%를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하고 있다.

◇ 컨트롤타워 지원부문 축소···승계 마무리 수순

양사가 합병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는 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합병 이전에 한화에너지를 활용한 재원 마련 시나리오에도 힘이 실린다.

한화그룹은 2021년 에이치솔루션을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에 역합병했다. 이에 따라 삼형제는 에이치솔루션 지분율대로 주식을 취득해 지분율상 변동은 없지만 배당금은 늘었다.

한화에너지를 통한 ㈜한화 지분을 늘리는 우회 전략도 추진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합병 이후 ㈜한화 지분을 매입해 4.2%에서 9.7%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이들은 김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 외에도 직접 증여받는 방법도 거론된다. 현재 김 회장의 지분가치는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직접 승계받을 시 증여세로 약 3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장남에게 그룹 정통성을 이어받게 하고 나머지 두 형제는 사업영역별로 독립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별 개편이 마무리돼 가는 만큼 이제 김 회장의 지분을 어떻게 증여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관계자는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인수 및 태양광 등 신사업 개척으로 입증한 반면 김 사장은 아직 글로벌 사업 역량을, 김 부사장 역시 본업인 유통 및 리조트 분야에서의 탁월한 성장을 입증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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