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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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2023년은 유독 테마주 순환매와 급등 종목에 올라타는 투자 등으로 증권시장이 요동쳤다. 

증시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종목군이 근거 없는 관련주로 간주되면서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왔다.

올해 증시 최대 화두는 단연 ‘2차전지’다.

2차전지 예찬론자인 박순혁 금양 전 홍보이사의 지지세력인 ‘박지모’ 회원수가 1만9000명 돌파를 목전에 둔 사실은 2차전지 열풍의 단면이다.

2차전지 열풍을 시작으로 ‘상온 초전도체’, ‘맥신(MXene)’, ‘토큰증권발행(STO)’ 등이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강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 불확실성을 높인 가운데 주도주 없는 환경이 투심을 테마주로 이동케 했다.

증시 호황이던 2021년의 영광에 대한 미련이 투심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풍부한 유동성 △불투명한 펀더멘탈(기초여건) 방향성 △투자 수익률 기대치 미조정이 맞물린 결과물로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순환매가 빨라지고 (수급이) 극단적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속도로 빨라진 테마주 순환매 장세에 각종 기록도 새로 썼다.

2차전지 상승세에 올라타려는 투자자와 차익실현 투자자가 뒤엉키며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27조173억원까지 불어났다.

증시 최대 호황이던 2021년 8월 이후 2년 만의 27조원 돌파다.

금융당국의 ‘투자경고음’도 수시로 켜졌다.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는 총 215건으로, 지난해 연간 143건 대비 50% 넘게 늘었다.

월별로는 사업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한 기업이 많았던 3월(24건)과 4월(35건)에 투자경고가 집중됐다. 초전도체·맥신 등 각종 테마주가 난립했던 8월도 28건에 달했다.

[사진=팍사베이]
[사진=팍사베이]

테마주에 편승한 ‘빚투(빚내서 투자)’도 사회적 이슈였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시장을 합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일평균 1848억원이다.

증권가가 빚투 문턱을 높인 덕분에 지난해(1976억원) 대비 감소했지만, 그 제약을 뚫고 8월(2025억원)과 9월(2026억원) 2000억원 단위를 웃돌며 연일 빚투 경고음을 울리게 했다.

빚투에 따른 폐단으로는 사상 최대 ‘위탁매매 미수금’과 ‘반대매매’가 부각됐다.

투자자가 미수거래를 갚지 못해 생긴 일종의 ‘외상값’을 의미하는 위탁매매 미수금이 연초 일일 1000억~2000억원 수준에서 10월 19일 1조원대로 불어났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0월 중 나흘간 50%를 넘겼다. 통상(20~30%) 수준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 상황이었다.

각종 경고음에도 시장은 테마주 찾기를 지속했다. 이달만 해도 ‘한동훈 테마주’ ‘이낙연 테마주’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테마주 투자는 미리 들어가고 미리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언론보도가 나올 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때는 이미 주가가 과대평가된 상황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테마주를 무작정 좇기보다는 기업 분석을 철저히 해 성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상장기업 3700개 중 매년 20개씩 부도가 나고 주가조작도 수십 건씩 일어나는 상황”이라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고 변동성이 높은 테마주 투자는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주식 비중을 늘리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다 적극적인 금융당국의 개입 요구 목소리도 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23일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2023 건전증시 포럼’에서 “테마주를 매매한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단기 급등 이후 급락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투기적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테마주 형성과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해서는 시장경보제도와 예방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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