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실시한 '붕어유랑단' 팝업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실시한 '붕어유랑단' 팝업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식품업계가 길거리 음식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호떡 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자 직접 관련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소확행’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쌀쌀한 추위와 함께 올 겨울도 어김없이 붕세권(붕어빵+역세권)과 호세권(호떡+역세권)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길거리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세다. 원재료, 가스, 물류운송 비용이 급등하면서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노점상에도 인플레이션이 덮친 것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년 전에 비해 식용유 가격은 55.1% 올랐으며, 밀가루 가격은 44.8% 상승했다. 붉은 팥(수입)의 도매가격은 11월 기준 40kg당 27만4400원으로, 평년 가격인 20만6200원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가격 역시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붕어빵을 굽는 데 쓰이는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가격도 국제 LPG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3개월 연속 올랐다.

이런 이유로 길거리 노점상이 줄어들자 매 겨울 찾아오는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의 겨울철 ‘소확행’과 추억을 지켜주기 위해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카페 프랜차이즈, 편의점, 간편식 냉동제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겨울철 길거리 간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심지어 집에서도 길거리 간식을 즐기며 ‘붕세권’, ‘호세권’에 대한 개념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1월부터 릴레이 ‘붕어빵’ 팝업을 열어, ‘붕세권’을 찾아 헤매는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성수동에서 줄서서 먹는 붕어빵 맛집으로 유명한 ‘붕어유랑단’과 손잡고, ‘전국 붕어 주간’을 콘셉트로 15개 점포에서 ‘붕어빵’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공통적으로 단팥 붕어빵과 슈크림 붕어빵을 판매하고, 점포에 따라 ‘계란 치즈’, ‘완두’, ‘콘 치즈’, ‘불닭 만두’, ‘스폐셜 피자’ 등의 이색 메뉴를 엄선해 판매했다. 특히, ‘붕어유랑단’ 만의 특제 피자 토핑과 모짜렐라 치즈를 가득 채운 ‘스폐셜 피자’ 맛은 이번 팝업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메뉴로, 롯데백화점에서만 맛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GS25에서 소비자가 즉석 붕어빵을 고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GS25에서 소비자가 즉석 붕어빵을 고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편의점 GS25은 9월부터 경주의 명물 ‘용궁분식’ 붕어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용궁분식’ 붕어빵을 냉동 상태로 가져와 점포 내 군고구마 기기를 활용해 따끈하게 구워 판매한다. 

또한 푸드테크 기업 쿠캣과 협업해 냉동 디저트 ‘팥들어슈 붕어빵’도 출시했다. 팥들었슈 붕어빵은 달콤한 팥소와 슈크림으로 속을 가득 채워 두 가지 맛을 한번에 모두 맛볼 수 있다.

GS25는 지난 3월부터 차별화 상품 개발을 위해 전국의 붕어빵 생산 업체 20여곳을 방문했고, 35년간 붕어빵 생산에 전념해 온 경주시 소재 용궁식품과 손 잡기로 했다. 노하우가 들어 있는 신선한 반죽을 매일 아침에 만들고, 일찌감치 식품관리안전인증(HACCP) 적용 업소 인증서를 취득하는 등 용궁식품이 강소기업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GS25는 자체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판매 상품을 선정했다. 소비자 6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이 꼽은 동절기 대표 간식은 △붕어빵 44% △군고구마 30% △호빵 11% △호떡 8% △어묵 7% 순으로 나타났다

붕어빵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판매처를 찾지 못했던 경험을 가진 소비자는 81%였고, 동절기가 아닌 하절기에도 붕어빵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66%였다.

GS25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붕어빵 출시 이후 판매 추이를 분석한 후 취급 상품의 종류를 확대하는 한편, 4계절 상시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정수 GS25 카운터FF팀 매니저는 “호빵, 어묵과 함께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꼽히는 즉석 붕어빵의 GS25 출시를 위해 전국을 돌아 다니며 제조사를 발굴하고 고객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먹거리를 항상 한발 앞서 발굴하는 식문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메가MGC커피의 따끈따끈 간식꾸러미. [사진=메가MGC커피]
메가MGC커피의 따끈따끈 간식꾸러미. [사진=메가MGC커피]

메가MGC커피는 이번 겨울 신메뉴로 겨울 대표 간식인 붕어빵, 앙버터호두과자, 꿀호떡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를 선보였다.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는 팥&슈크림 붕어빵과 앙버터 호두과자로 꾸려진 기존의 간식꾸러미에 꿀을 가득 머금은 미니 호떡을 더해 겨울철 간식거리를 완성시킨 ‘업뉴얼’ 메뉴다.

고객의 꾸준한 재출시 요청으로 다시 돌아온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는 출시 2주차부터 품절 행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에는 판매량이 전주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출시 한 달 만에 20만 세트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여름 시즌 출시된 ‘첨벙첨벙 간식꾸러미’ 대비 86.5% 상승한 수치다. 

메가MGC커피의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는 추운 겨울철 길거리 간식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전국 2675개 매장에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식품업계의 ‘고퀄리티’ 간식 출시도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뚜기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 [사진=오뚜기]
오뚜기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 2종을 출시했다. 새롭게 선보인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은 팥 붕어빵과 슈크림 붕어빵 2종으로 구성되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 앙금과 슈크림으로 아낌없이 속을 꽉 채워, 마지막 한 입까지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타피오카 전분을 넣어 쫄깃한 ‘겉바속쫄’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풀무원식품은 반죽을 생 이스트로 저온 발효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구현한 ‘쫄깃바삭 호떡’을 선보이고 있다. 종류는 ‘달콤씨앗 호떡’과 ‘모짜렐라 호떡’ 2종으로, 약 200℃로 달군 무쇠 팬에 호떡을 지지듯이 구워내 바삭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달콤씨앗 호떡’에는 향긋한 계피와 고소한 땅콩을 넣었으며, ‘모짜렐라 호떡’에는 3가지 치즈와 꿀, 옥수수를 넣어 풍미를 더했다.

SPC삼립도 2023~2024 시즌 호빵 신제품 17종을 내놓았다. 대표 제품인 단팥, 야채, 피자호빵은 물론 ‘매콤김치호빵’, ‘치즈촤르륵호빵’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아우를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화르륵떡볶이호빵’, ‘마라찜닭호빵’ 등 식사 대용 호빵과 ‘대파크림치즈호빵’, ‘황치즈호빵’ 등 젊은 세대 입맛을 겨냥한 호빵까지 종류를 다양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추위가 계속되면서 붕어빵뿐만 아니라 호떡, 호두과자 등 겨울철 길거리 간식 판매량 및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추억의 겨울간식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식품기업들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겨울철 길거리 간식의 명맥을 이어 나감으로써 ‘O세권’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확장되고 시장 재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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