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기계식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 전기차를 타는 회사원 A씨는 얼마 전 대형병원을 찾았다가 주차장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병원 내부 기계식 주차장이 따로 있었지만 관리자가 “전기차는 받지 않는다”며 거절하는 통에 외부 공용 주차장을 찾느라 결국 예약시간도 늦었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전기차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인프라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각 완성차 브랜드와 정부 등이 협력해 충전기·충전소 등을 확장해 나가는 반면, 기계식 주차장 전기차 수용 문제는 상대적으로 초반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고 시설 개선에도 큰 비용이 발생해 선제적 조치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지역 기계주차장은 1만1068곳에 이른다. 지난해만 596곳이 새로 지어졌다.

문제는 전기차는 공차중량이 무거워 기계식 주차장에 들일 수 없다는 점이다. 주차방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1850㎏,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2200㎏까지 주차가 가능하다. 특히 서울시내 기계식 주차장 90% 이상은 중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중에 출시한 전기차는 대부분 정해진 무게보다 더 무겁다. 가장 큰 이유는 무거운 배터리 하중 때문이다. 사용되는 부품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적지만 차체 하부 대부분을 무거운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같은 크기라도 무게가 더 나갈 수밖에 없다.

도로를 달리는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중형 기계식 주차장 기준인 1850㎏를 가볍게 넘는다. 제네시스 G80은 2265㎏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1840㎏, 아이오닉6도 1800㎏, EV6의 경우 2160㎏이 넘는다. 전기 경차만 해도 1705㎏(기아 니로)나 된다. 이는 모든 짐을 뺀 무게로, 트렁크 등에 갖가지 짐이 실릴 경우 더 무거워진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전체 전기차 89.8%가 18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중 9대는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주들은 기계식 주차장을 운영하는 시설에서 야외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전기차 차주는 “오래된 주차타워나 기계식 주차장은 불안해서라도 안 가게 된다”며 “하루빨리 정부차원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로 내구성과 기계 주차장 무게 기준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주차장 구조물로 안전사고가 날 우려도 있어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내년 2분기까지 주차장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주차 가능한 차량 무게를 확대시켜 중형 전기차의 주차를 허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준을 올리는 것만으론 안전상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무게 기준만 올렸다가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거쳐, 기준 무게를 정할 것이며, 상한선을 올릴 수 없다면 신규 주차장부터는 중형 전기차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조, 설비 등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신규 주차장부터는 기준 무게를 올리는 한편, 설계 기준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SUV, 패밀리카 출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기차 추세도 대형화로 이어져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차 가능한 차량 무게를 확대하는 것이 안전 상의 문제가 있다면 신규 주차장부터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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