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를 기회 삼아 대규모 북미 투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규정에 따른 리스크 해소를 위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IRA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생산시설을 구축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직접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는 첨단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 미국 내에서 판매할 때 받는 세액공제 혜택이다. 지난 2022년 12월 31일 이후 생산이 완료되고 판매된 제품에 적용된다. 이 세액공제 조항은 올해부터 오는 2032년까지 적용되며 대상 품목으로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등이 있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내역이 갖는 의의는 대상 품목의 정의와 적용되는 상황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공장을 설립‧운영 중인 국내 기업들에게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지난 15일 미국 정부의 가이던스 발표에 대해 “미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배터리·핵심광물‧태양광·풍력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 미국 IRA 법안, 국내 업계 직접 수혜 예상

하지만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국내 이차전지 업계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중국 시장 제외)은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이 27.7%로 전 세계 1위, 중국 CATL이 27.6%로 2위를 기록했다. CATL의 수치는 지난해 동기(21.7%)보다 5.9%P 오른 수치다. 1위 LG엔솔과 점유율 격차는 0.1%P에 불과해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또 지난 10월까지 누적 유럽 내 중국 배터리업체 점유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은 지난 2010년부터 중국 중앙정부에서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배터리업체에 다양한 정책을 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엔솔이 가까스로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의 추월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업체들은 이 같은 중국 굴기에 대응해 IRA법안을 적극 활용, 중국업체가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틈을 타 좁혀지는 격차를 벌리겠단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IRA 발효 첫해부터 완성차 업계와 합작공장을 통해 미국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왔다.

올해도 배터리 3사는 북미 증설 행보를 이어갔다. 올 하반기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일부 북미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가 연기되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 대규모 생산설비 신‧증설은 지속될 전망이다.

LG엔솔은 보류했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건설 재추진에 나섰다. 올해 초 총 43GWh 규모의 신규 원통형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투자 비용만 7조2000억원에 달한다.

LG엔솔은 또 현대차와 합작공장 건설 계획도 밝혔다. 이르면 오는 2025년 말 생산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토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올해 말부터 2025년까지 미시간 공장에 총 4조원을 투자해 도요타 전용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SK온은 현대차와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50억달러(한화 6조5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연간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외에도 포드·에코프로비엠과 캐나다에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는다.

그동안 미국 내 공장 증설에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도 올해에만 두 건의 북미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지난 4월 제네럴모터스(GM)와 약 30억달러(한화 약 4조원)를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 30GWh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지난 7월에도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제2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건설 중인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의 33GWh 규모 제1공장은 오는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여기에 제2공장까지 더하면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에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총 67GWh로 늘어난다.

BOSK 켄터키 전경. [사진=SK온]
BOSK 켄터키 전경. [사진=SK온]

올 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 진출이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예상을 넘는 복병이 나타났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일 공개한 FEOC 세부규정을 준수하려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과의 합작법인 지분율 조정 등 공급망 ‘탈중국’ 과제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FEOC 해당 여부를 결정하는 세부규정 초안에 따르면 우려국 정부과 기관 지분율이 25% 이상이면 FEOC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지분율 수치를 50% 정도로 예상하고 중국기업과의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만 LG화학, 포스코 그룹, 에코프로 등 중국과 다양한 형태로 합작사를 설립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중국 업체와의 지분율 조정이 필요해진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업체, 배터리 공급망서 중국 리스크 줄여야 생존

문제는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대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과 합작회사를 운영‧추진 중인 국내 업체가 천문학적 투자금을 늘려 중국업체 지분을 25% 이하로 낮추더라도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서면 공급망 리스크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지난 8월부터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진행 중이며, 지난 1일부터는 흑연 수출 제한에 나섰다.

또 배터리업체와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최근 중국이 경유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에 쓰이는 산업용 요소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자 국내에서 금새 요소수 대란 조짐을 보인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산 배터리 원재료가 언제든지 중국 정부의 의지로 국내 업체로의 수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는 단순히 투자금 확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 업체들도 이번 미국 우려기업 발표와 요소 사태를 교훈으로 싸고 쉽게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중국에 대한 습관적 의존을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중국 외 대체 공급망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제성 있는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