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앤컴퍼니]
[사진=한국앤컴퍼니]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2021년 말 조현범 회장 선임으로 마무리됐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양례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사모펀드가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지배구조를 두고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회사 벤튜라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당 2만원에 지분을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로 내세웠다.

벤튜라는 조현식 고민, 차녀 조희원 씨 등과 공개 매수 등의 내용을 담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회장이 42.0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고 조 고문(18.93%), 조희원씨(10.61%), 조 이사장(0.81%)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내 기관 및 소액투자자 17.25%, 외국인 10.38% 등이 갖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조 고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 동생(조 회장)이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는 그룹의 영속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면서 “아버지(조 명예회장)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지금까지 그룹을 키워왔다”고 말하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조 고문은 “어떤일이 있어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없다”면서 “창업주 일가이자 주요 주주 중 한 명으로 MBK파트너스를 지원하고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희원씨도 “두 동생 중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에 공감해 이번 공개매수에 동참하게 됐다”면서 “경영은 우리 4남매보다 전문가에 맡기는게 낫다는 데 조 고문과 뜻이 맞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 고문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데에는 지배구조 개편을 하겠다는 뜻을 앞세우고 있지만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빌미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되면서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이 후 처음으로 구속된 대기업 오너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은 지난달 28일 보석 보증금 5억원으로 8개월 만에 구속에서 풀려나 경영 일선에 복귀할 조짐을 보이면서 조 고문을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을 자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조 회장은 2020년 6월 부친인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29%)을 블록딜로 사들이면서 개인적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조 고문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고문 자리에서 내려오면 사실상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할 계기가 사라지는 것도 조 고문이 막판 뒤집기에 나서는 이유로 풀이된다.

◇오너리스크 발단···지배구조 개선 명분 앞세워

반면 조 회장 측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치면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공개매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배경도 지분 경쟁에서 자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대응 차원에서 공개 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조 회장은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신임이 두터운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그룹 총수로서 자신의 친정 제체를 더 강화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개매수 성공 여부를 두고서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단 MBL파트너스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자금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목표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을 남기고 있다.

현재 목표로한 물량을 모두 매수한다고 가정하며 약 5187억원에 달하는 규모이고 조 고문 측이 경영권을 가져오려면 기관과 소액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이 들고 있는 거의 모든 주식을 매입해야 할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고객매수를 돌입하자마자 한국앤컴퍼니 주가도 껑충 뛰어오르면서 7일 종가기준 2만2100원을 기록해 목표 주가인 2만원을 넘어서 버렸다. 결국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조 고문 측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조현식 고문(왼쪽부터).[사진=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조현식 고문(왼쪽부터).[사진=한국앤컴퍼니]

이에 조 고문 측이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명분을 내세운 만큼 조 회장의 도덕성을 놓고 흔들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지분이 부족하더라도 2024년 정기주주통회를 통해 기관 투자자 등이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리면 표 대결을 더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MBK 측이 대표이사 지명 권한 등을 보유해 경영 주도권을 가지게 되고 조 고문 측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동반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 조건도 달아 향후 MBK 측이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조 고문도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인수 주체가 조 고문이 아닌 MBK파트너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조 고문 측은 향후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 사모펀드 도움의 손길···요구 대가 만만치 않아

이런 가운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 사모펀드 운용사가 키맨 역할로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벼랑 끝에 선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영권 분쟁에서도 든든한 투자자로 나서고 있다.

최근 TY홀딩스의 경우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40%를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에 96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KKR은 TY홀딩스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60%도 인수하며 총 24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TY홀딩스는 자회사인 평택싸이로 지분 37.5%도 KKR에 6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TY홀딩스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올초 KKR로부터 4000억원을 조달했다. 특히 이들은 핵심 계열사 태영건설로부터 시작된 우발 채무로 인해 결국 알자 물류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경영권까지 KKR에 넘긴 셈이다.

더욱이 TY홀딩스는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채무에 보증을 선 금액만 1조1000억원에 달해 향후 담보로 내건 기어 지분 상당수가 KKR로 넘어갈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들이 백기사를 자처해 도움의 손길이 되고 있지만 실제 알자 자산은 물론 경영권까지 사모펀드 몫이 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쉰들러와 핸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국내 사모펀드인 H&Q코리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H&Q에 자금 상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한진그룹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부사장의 분쟁에 KCGI가 참전하면서 경영권을 놓고 한동안 표 대결을 두고 진통을 앓기도 했다.

물론 조 회장 측이 우호 지분 등을 앞세워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KCGI 측이 펀드 만기 등을 이유로 엑시트에 나서면서 분쟁을 마무리됐지만 이들 역시 불씨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표 대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확보 역시 경영권 방어 및 분쟁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모펀드와 손을 잡기 위해 불리한 조건들도 받아들여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2020년 조 명예회장의 자신의 지분 전부를 조 회장에게 매각하며 불거졌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게 되자 조 고문과 조희경 이사장 등이 반발했다. 특히 조 이사장의 경우 조 명예회장에 대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며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바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