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소주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 전체는 물론 정부까지 나섰다. 주세 개편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면서 출고가 인하를 독려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출고되는 국산 증류주에 세금 부과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산 주류 제조장 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을 차감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주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주세가 개편되면 출고가는 현재 1000원대에서 10년 전 수준인 900원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와 업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주 가격 인하를 소비자가 체감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바로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자영업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소주 가격 인상 시나리오는 소주의 주재료인 주정 가격이 인상되면서 시작됐다. 주정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실제로 소주 제조사들이 줄줄이 출고가를 인상했고, 이윤을 남겨야하는 주류도매업계가 공급가를 인상하면서 식당과 주점 등 자영업자들도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주류도매업계가 먼저 소주 가격 인상을 막아나섰다. 전국 16개 시·도 협회와 1100여개 도매사업자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공장 출고가 인상과 별개로 당분간 식당 등 외식업소와 주점 등 유흥업소에 납품하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앙회는 “정부 물가안정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취지”라며 “서민경제 안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갑작스런 가격 인상 때문에 시장에 혼란이 일 것으로 인상한 하이트진로 등 주류 제조사가 미리 도매업계가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상생안도 도매업계의 납품가 동결 결정에 한 몫 했다. 이렇게 소주 가격 인상 시나리오가 하나씩 깨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주세 새편이라는 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최종 소비자가를 결정하는 식당과 주점 등 자영업자들이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소주 출고가 50원에서 100원 인상시 자영업자들이 소비자가를 500원에서 1000원까지 인상하는 이유는 단지 도매업계의 소주 납품가 인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간의 물가 인상분과 인건비, 임대료, 원자재비 인상을 모두 고려해 가장 간편한 ‘수익 보전’의 의미가 컸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도 수익 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식당에선 밥값을, 주점에선 안주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 식당 자영업자는 “음식 가격 인상보다 주류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류 출고가가 인상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기사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기에 주류 인상의 ‘책임’을 제조사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사회적 인식에서 자영업자가 상대적 약자이기에 소비자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용인한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주류 가격 변동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다. 임대료, 가맹비 인상 책임을 건물주, 프랜차이즈에 돌릴 수는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한 발짝 양보해 고통을 분담한다면 정부, 제조사, 도매업계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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