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그래프=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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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미국이 제조업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고용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복원하면서 수혜를 봤던 우리 기업이 수출경쟁력 악화에 따른 생산라인 축소가 우려되면서다. 

최근 국내 기업은 미국 내 공장건설과 설비확충의 영향으로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기계류 수출 증가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품목 수출실적이 개선됐다.

전기차산업의 경우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1차 부품 협력사와 배터리, 타이어 등 관련 기업 14곳이 총 25억달러(3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미국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까지 대미수출 확대가 예상되지만,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는 하반기 들어서면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설비투자 수출이 줄고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국내 기업의 고용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형석 카이스트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코로나19 펜데믹 하에서 (차량용)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자국 생산을 강조,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면서 “공장증설이 완료되면 미국은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으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 제조사의 시설 이전으로 미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게 되면 대미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원재료를 수입해서 중간재나 완성품을 공급하는 수출 방식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미국의 제조업 투자 확대가 내년까지 이어지고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생산‧고용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미국시장으로 진출한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시설의 완공이 내년 하반기 마무리되고 2025년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하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산업정책 프로젝트와 관련해 32만여명의 고용이 증가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2% 확대가 추산된다. 첨단공장의 노동생산성 제고, 기술 발전에 따른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동 시기가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된 바 있다. 이미 공장을 완공하고 양산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도 인력난을 겪고 있다.

연말 완공을 앞둔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면 미국 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대차도 내년 하반기 미국 현지 전기차(EV) 공장 가동을, SK온과 현대차그룹 배터리합작공장은 2025년 가동을 예정하고 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를 6만7000명으로 전망하고 인재확보를 위한 미국 이민정책 개혁 등을 제안했다.

전문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투자와 생산을 지연시킬 수 있고 대규모 보조금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를 야기할 수 있는 까닭이다.

SIA 추산에 따르면 2030년까지 11만5000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지만, 미국 내에서 충원이 가능한 인력은 42%에 불과하다. 특히 석‧박사 엔지니어는 전체 부족 인력의 41%인 2만7300명으로 추산된다.

학계 관계자는 “미국 내 반도체, 배터리 등 전 세계 주요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민정책 개편으로 상대적으로 고용 여건이 우수한 미국으로 전문인력의 이동할 경우 국내 고용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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