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현대중공업]
[사진=HD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챙겨온 한국 조선업계가 최근 4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꽉찬 슬롯 문제 및 인력난 해소를 위한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과거 해외진출 실패 사례를 경험한 만큼 기술유출 우려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4일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석 2척을 6981억원에 수주했다. 해당 선박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제작돼 오는 2028년 2월 선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6월 북미 선주로부터 6592억원에 LNG운반선 2척을 수주하면서 선박 인도시기를 오는 2028년 2월로 정했다.

결국 한국 빅3 조선사들의 수주 곳간이 넘쳐나면서 선주가 인도를 받기까지는 4년이상 걸리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도크가 이미 가득 찬 상황이어서 수주 시 인도 날짜를 늦춰서 계약하고 있다”면서 "선사도 선박 수요를 장기적으로 고려해 미리 주문했고 인도 시기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건조슬롯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일감이 중국 등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자회사들을 포함해 수주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82조2140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오션 역시 25조8331억원을 기록해 수주 잔액이 2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9월 말 기준 30조2582억원의 수주 잔액을 기록 중이다.

◇ 조선3사 슬롯 포화에 인도까지 4년 이상 필요

이에 업계는 해외조선소 인수 등을 통해 고질적인 국내 인력난을 타개하고 국내 조선소와의 역할 분담을 통한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해외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특수선 등 방산분야에 진출한 업체의 경우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먼저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숙련공을 꾸준히 파견해 생산효율을 올리며 경쟁력을을 확보한 베트남 합작 조선소를 기반으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조선소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인근에 선박엔진 공장 조성에 나서는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또 필리핀에 함정 수출을 감안해 현지 수비크 조선소 일부를 대여 또는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 등 총 10척의 함선을 수주해 이들 함선 유지보수를 위한 거점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화오션도 지난 9월 이사회를 통해 미국 현지 자회사인 ‘한화오션 미국홀딩컴퍼니’ 설립안을 가결하는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4971억원중 약 4200억원을 글로벌 방산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거점과 함정 MRO(유지·보수) 기업 지분 확보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비롯해 북미 함정 수주를 검토하면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군의 발주물량은 현지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북미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조선소 인수가 필요하다. 실제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시에 있는 ‘필리조선소’ 인수설도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해외진출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한국 조선업계는 업황 호황에 발맞춰 중국·필리핀 등 해외에 조선소 투자를 감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노리던 시기가 있었다.

옛 대우조선해양의 중국 산둥조선소, STX조선해양의 중국 다롄조선소,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등에 최소 수천억대를 투자했지만 낮은 생산성, 숙련공 부족영향, 현지 노동시장 이해 문제 등이 겹치면서 헐값에 매각하는 등 실패로 귀결됐다.

반면 1996년 현대미포조선과 베트남 국영 합작회사로 설립한 현대베트남조선은 수리·개조사업으로 시작해 2000년대 후반 신조선사업으로 전환하며 베트남을 조선업 세계 5위 국가로 성장시키는 등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베트남 조선 업의 약 74%를 현대베트남조선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미포조선에서 파견된 엔지니어 60여명이 상주하면서 생산공정 전반의 품질을 꼴어올린 결과다.

◇ 과거 흑역사 발판 라이선스 계약 등 수익성 확보 초점

이에 업계에서는 과거의 흑역사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 역시 새로운 접근법으로 경쟁력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 조선소인 IMI를 조성 중인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지분 참여외에도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건조 척당 일정부분의 로열티를 받도록 했다.

이는 투자 위험도를 낮추면서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업계 현대베트남조선처럼 현대미포조선이 공정관리와 설계를 비롯해 신조 선박 물량 배정 등에 참여하는 경우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현재 극심한 인력난으로 인해 외국인근로자 충원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수록 인력난은 더 극심해 질 수밖에 없고 높은 인건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게 돼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해외 진출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올 3분기까지 1만4359명의 직원을 채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선사들이 당초 원했던 1만4000명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채용 인원 중 85.9%가 외국인 근로자인데다 숙련공이 많지 않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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