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사진=SK온]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사진=SK온]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전기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그 여파가 배터리 업계까지 영향을 미치며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업계는 신제품 출시,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등에 주력하면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연구·개발(R&D)에 2599억원을 투자해 분기 최대액을 쏟아부었다.

이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와 중저가형 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통해 배터리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기 위한 결단이다. 또 사내 벤처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업계는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통해 가성비 제품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LFP 배터리를 채용해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3사 모두 오는 2025년에서 2026년에는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해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SDI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이며 앞선 기술력을 뽐냈다.

이들은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LG엔솔과 SK온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사는 각각 양산 시점을 2030년, 2028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더불어 배터리 3사는 설비 투자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가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는 여전히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업황 부진…R&D·설비 공격적 투자 확대

실제 올해 3분기 배터리 3사의 국내외 누적 투자금은 16조7476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8조1592억원 대비 105.3% 늘었다. LG엔솔이 7조6454억원을 투자해 가장 많았고 SK온 6조6625억원, 삼성SDI 2조4397억원 순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가격 등으로 전기차 시장 상황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장기 관점은 변하지 않은 만큼 투자 예정 부분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탄탄한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실제 올해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을 중심으로 당초 목표에서 한발짝 물러선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밝힌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등록되는 전기차는 1377만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상반기 예측치 1848만대에 비해 107만대 줄어든 수치다. 또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60%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30%, 2024년에는 약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SNE리서치는 “고금리에 다른 경기침체 속 높은 전기차 가격과 보조금 감축, 충전 인프라 부족이 맞물리며 전기차 구매에 대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면서 “이는 2024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1~2022년 팬데믹 기간의 대기 수요로 인한 효과가 2023년에는 미미해지며 결과적으로 성장률 둔화에 가세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미국 포드는 올해 60만대의 북미 전기차 생산 체제 구축 시기를 2024년으로 연기했고 GM 역시 오리온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을 1년 늦췄다.

아우디는 대폭 증가할 것이라던 전기차 판매량에 대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폭스바겐 역시 2025년 전기차 판매 비중 25%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 합작사업도 조정에 들어갔다. 포드는 SK온과 합작해 건설 예정인 켄터키 2공장 가동 시점을 연기했고 LG에너지솔루션, 포드와 코치 그룹이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도 무산된 바 있다.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생산 공장의 감산 움직임도 포착된다.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배터리 생산을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휴직 조치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SK온 측은 “SKBA는 라인 가동 일정을 조정하고 이에 맞춰 일부 생산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시적 뮤급 휴직을 실시한 것”이라며 “최근 전기차 업계가 숨 고르기 들어감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치원”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 미시간 법인 역시 현장직 인력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1공장 인원은 약 1500명이다. 이에 대해 LG엔솔 측은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생산라인 합리화 작업의 일환”이라며 “2공장은 예정대로 투자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엔솔은 치근 일본 도요타와 연간 2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고급 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오는 2025년까지 미시간 공장에 총 4조원을 투자해 도요타 전용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는 등 확대 해석에 대해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산업도 질주만 할 수는 없으니 한숨 쉬어가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수요 등이 예전보다 그 증가폭이 줄었을 뿐이지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면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것도 단순히 전기차만 안팔린다는 의미보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자동차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시장 자체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사업이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생산뿐만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을 통해 기술 초격차를 실현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 권 회장 “마라톤 42.195km 중 4Km 뛴 것”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겸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배터리 사업은 마라톤 42.195km 중 4Km 뛰었다”며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차전지 소재 업체, 특히 양극재 업체들은 리튬 등 핵심광물 급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튬 가격은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자원벙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131.5위안(약 2만3500원)으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7일 리튬 가격이 576.5위안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7%가량 급락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수산화리튬 가격도 이달 17일 기준 톤당 2만1238달러(약 2736만원)으로 집계돼 지난 8월 톤당 3만6652달러에 비해 42% 감소했다.

양극재 판가는 리튬 가격에 연동되는 만큼 올해 1분기 이후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 때문에 양극재 기업들이 지난해 싼 가격으로 구입했던 리튬으로 만든 양극재를 비싸게 팔아 이익을 극대화한 반면 올해 들어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극재 업체들이 악성 원료 재고 소진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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