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제공.[사진=연합뉴스]
A씨 제공.[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자구책 등을 위해 비용 줄이기에 돌입하면서 투자 및 관리업무 누수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가 운행중 수십 미터 상공에서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놀이기구에 탑승중이던 승객 수십명은 공중에 일시 고립됐다가 직원 안내에 맞춰 안전모를 쓰고 비상계단을 이용해 내려왔다. 공중에서 일시 멈춰선 것 이외에 부상자 등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 용인, 수원, 평택, 오산, 하남, 하성, 성남, 광주 등 경기도 여러 도시에서 아파트, 상가의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멈춰 119 구조대가 출동해 안에 갇힌 시민들을 구조하는 일도 잇달아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당시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한 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눈 깜짝하는 순간보다 훨씬 짧은 단 0.05초 동안 전앞이 급속히 낮아진 ‘전압 강하’ 사고 때문에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지난 14일 경기도 곳곳에서 발생한 사고의 1차 원인으로 평택시 고덕 변전소의 개폐기 절연체 파손으로 결론 지었다.

한전 관계자는 “고덕 변전소의 개폐기 고장으로 인해 전압 강하가 발생했다”면서도 “아직 고장 원인에 대해서는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변전소는 서해안의 화력 발전소 등지에서 송전선을 타고 넘어오는 고압 전기를 받아 전압을 낮춰 수도권 남부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개폐기 절연체가 고장나면서 자동으로 고장 복구되기 전까지 0.05초 동안 고덕 변전소를 거쳐 수도권에 공급되는 전기 전압이 급속히 낮아졌다.

이 같은 현상을 일반 가정이나 상점 등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느낄 수 없었지만 기기 보호 또는 안전운천 차원에서 순간적인 전압 강하를 감지한 놀이기구나 건물 엘리베이터 등이 정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력망은 그물망 형태로 이뤄져 있어 특정 지역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일대에 국지적으로 전압이 낮아지는 전압 강하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수도권 전력 공급의 관문이 되는 간선 격인 345kV 변전소의 설비 이상으로 수도권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 ‘불량전기’가 공급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변전소 이상 수도권 절반가량 불량 전기로 화들짝

이날 평택과 이천 등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자체적 전압 유지 장비를 갖추고 있어 생산 차질을 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정밀 반도체 공장처럼 정전이나 전압 불안만으로도 제품 불량으로 이어지는 경우 전기 품질이 떨어지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업계는 이번 사태가 향후 재정 위기로 한전이 대규모 투자가 차질을 빚게 될 경우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전 측은 심각한 재무 위기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송배전망 투자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전이 발표한 자구안에 따르면 한전 측은 일부 전력 시설 건설 시기를 오는 2026년까지기 미뤄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국 송전선로는 현재보다 1.6배 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약 56조5000억원이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전이 재정위기를 이유로 송배전망 투자 등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공급되는 전기의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한전이 자금압박을 이유로 송전망 확충에 나서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발전소를 세웠지만 생산된 전기를 옮길 방법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양새도 연출되고 있다.

여수 천연가스 발전소는 수명이 다한 태안화력발전 3호기를 대신해 오는 2028년 말 상업운전을 개시한다. 또 2년 전 퇴역한 호남화력발전소 자리에 건설 중인 신호남복합발전소 역시 2029년 말 완공돼 당진화력발전소 1·2호기를 대체하게 된다.

문제는 두 발전소 모두 건설 승인 직후 한전에 송전망 이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2년 반이 다되도록 답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현재 송전망 용량이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사진=연합뉴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사진=연합뉴스]

◇ 송전망 포화, 발전소 전력생산하지만 판매는 글쎄

한전 측은 오는 2031년이 돼서야 발전소 부젼의 송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결국 한전 측 계획대로라면 발전소들은 각각 3년, 2년간 전기를 생산하고도 보낼 방법이 없다.

또 강릉에코파워의 경우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소 가동률 50%에 머무르면서 지난해 11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2000억원 대 적자가 예상되자 전력판매단가를 올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현재 동해안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송전용량은 약 11GW다. 하지만 원전 용량만 이미 7.3GW에 달하고 남부발전, GS동해전력,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소 용량이 6.4GW다. 결국 기저 발전인 원전을 우선 가동하기 때문에 남은 송전용량 3.7GW를 화력발전사가 나눠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2008년 동해안 송전선로 건설을 계획했지만 주민 반발로 15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고 송전선로 준공 시기도 당초 2022년에서 2026년까지 연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등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송전망 용량으로는 전력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쉽지 않은 상항인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계자는 또 “아직 4분기 인상만으로 한전이 재정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2024년 한전채 발생 역시 해법이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재정 위기는 송배전망 투자 및 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때부터 송·배전망 보강 투자를 적개했고 요즘 들어선 한전의 전자로 송·배전망 투자에 재원 배분이 잘 되기 어려운 여건에 놓였다”면서 “이번 사고는 전기 품질 문제가 더 일어날 것이라는 예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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